데미안

헤르만 헤세

by sinwolrang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비하면 브라이언 그린의 '시간의 종말'이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차라리 이솝우화같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동안 짙은 안개에 싸인 미지의 세상에 버려진 듯 절망과 당황스러움에 스스로 놀랐다.


집중의 순도가 조금만 흐려져도 단 한 문장도 읽어내질 못했다. 어떤 문장은 집중력과 관계없이 내 비좁은 사유와 지식 사이에서 질식한 괴물이었다.

간간이 인식의 담을 넘어오는 문장들이 없었다면 스스로를 향한 질책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자존감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프란츠 크로머는 유년 시절 동네마다 반드시 한 명쯤은 존재했을 인물상이다. 그들은 우상이었고 세상 그 자체였으며 절대 권력이었고 투쟁의 대상이었다. 폭풍과 같았고 영혼 안에 잠자고 있던 비굴함과 두려움과 수치심을 일깨워 준 스승이었으며, 또 다른 세계로 우릴 인도한 안내자였다.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기를 통해 존재의 불안에서 주체적 인간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종교, 철학, 예술, 사랑이라는 난해한 구도의 시각으로 그려낸 추상화와 같은 소설이다.


싱클레어는 친구이자 선구자였던 데미안의 영향으로 이미 세상이 정해버린 관념과 상식의 틀에 저항하며, 때론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한 투쟁과 사랑에의 갈망은 결국 그를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와 운명의 거센 파도와 마주할 수 있는, 그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실존적 존재로서 낙인을 갖은 영혼, 또 하나의 카인이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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