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短想

코스모스_칼 세이건

by sinwolrang

겨울 하늘, 그 얼음 같은 차가운 푸른 창공을 여객기가 하얀 비행운의 괴적을 그으며 따뜻한 이국 땅을 향해 꿈결인 듯 아련하게 사라진다. 우리 은하수 가장자리 구석진 변방에 강열하게 타오르는 태양도 지구 북반부에 길게 사행하고 있는 한파 앞에선 사그라드는 25공 연탄보다 못한 열기로 근근이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호기롭게 도전의 의지를 불태우며 덜컥 집에 들였던 책 한 권이 있었다. 책머리가 누렇게 빛이 바래기까지 내 기억 속에서 조차 잊혀있던 책이었다. 간 혹 스치듯 그 책이 눈에 들어올 때면 밀린 숙제를 바라보는 듯한 부담감에 재 빨리 외면해 버리기 일쑤였다. 처음 그 책의 실물을 접한 순간 외할아버지께서 한 여름 그늘진 툇마루에 베고 주무시던 목침이 떠올랐다. 페이지마다 가득한 낯선 수식과 도형들 그리고 별과 행성과 빙빙 돌고 있는 나선형 은하들에 먼저 기가 질려 빠르게 책장 한 구석으로 밀려났던 책이었다.


새해부터 추위는 맹렬하게 세상을 온통 할퀴며 물어뜯고 있었다.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참에 밀린 숙제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광막한 우주처럼 먹먹한 암흑과 성간운 사이에 반짝이고 있는 별들로 가득한 책표지를 한 참 들여다보다 완독의 의구심에 흔들리는 마음을 달래며 첫 장을 넘겼다. 하지만 잘 읽히지 않을 거라는 걱정과 달리 초반에 밀려오는 거대 우주가 주는 비현실의 몽롱함을 이겨내니 슬슬 재미가 들기 시작했다. 전에 읽었던 브라이언 그린의 '시간의 종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보충해 가며 느리게 읽어 내려갔다. 어느 정도 이해가 쌓이자 책 중 후반부터는 제법 속도가 나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세이건이 내게 준 선물이 하나 있다면 예사로이 보이던 겨울 밤하늘의 별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가운 겨울 밤하늘에 매일매일 차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빛나는 오리온자리와 대삼각을 헤아려 보는 일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세간에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극찬과 함께 수많은 비평이 뒤 따르는 전 세계적으로 600만 부 이상 판매된 나만 안 읽었던 베스트셀러 중에 베스트이다. 2006년도에 한국어 초판이 나온 뒤 수정 없이 2025년도에 1판 144쇄까지 책을 찍어냈으니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한 책이다. 온통 별과 행성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일 거라 생각했지만 세이건은 단순히 우주라는 의미의 'space'와 'universe'를 넘어 더 큰 의미에서의 우주인 'cosmos'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 인식과 지식의 빈약함으로 우주와 별들을, 세이건의 우주관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가 우리에게 빛조차 뚫지 못하는 깊은 암흑의 우주와 어둠 속에 빛 나는 은하단의 별과 행성들을 소개하며, 지구와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의 소중함과 우리 존재 의미를 돌아볼 수 있도록 저 광막한 우주라는 바다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인류의 외계생물에 대한 기대와 탐구는 생명으로 넘치는 지구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주장하며 우주와 외계 생명탐사에 더 많은 노력과 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우리의 과학적 노력에 끝내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는다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니며, 그 광막한 우주라는 바다에 우리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명체와 지적 능력을 갖는 인류를 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발견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에라토스테네스나 이오니아의 고대 과학자들, 뉴턴과 케플러 등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의 코스모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지는 오늘날 인류가 저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토대를 쌓았으며 인류사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류사의 보고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소실과 과학의 무덤과 같았던 유럽의 중세 암흑기나 동양 과학사의 쇄락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저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한다.


과거 인류는 자신들이 두 발로 밟고 선 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유일무이한 세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인류의 본능적 열망은 미지의 우주를 향한 항해의 닻을 올리게 되었고. 탐험의 결과가 하나 둘 드러날수록 인류는 우주의 중심에서 빠르게 후미진 외각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광막한 우주 안에 수많은 은하단이 존재하고 그중 변두리에 있는 작은 은하단과 그 중심에서 벗어난 구석진 곳에 있는 우리 은하수, 그 은하수 한 모퉁이에 위치한 태양계, 태양이라는 뜨거운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몇 개의 행성들, 그 행성 중 하나가 지구다. 세이건은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바로 이것이 지구와 우리의 현주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진실을 깨달은 인류는 이제야 우주란 거대한 대양을 향해 보이저라는 작은 돛단배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는 힌두교 브라흐마의 시간 척도가 현대 우주론의 시간 척도와 유사함을 두고 놀라워하며, 우연의 일치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신과 함께 우주의 탄생과 소멸이 무한반복되는 순환 우주론과 우주가 신의 꿈에 불과하다는 힌두교의 가르침이 발전하여 '사람이라는 존재가 신의 꿈이 아니라 신이 사람이 꾸는 꿈의 소산일지도 모른다'는 가르침에 매료되어 있는 것과 '우리는 우주로부터 온 물질 진화의 산물이며 150억 년의 진화의 시간을 통해 의식을 갖추게 된 생명체가 되었다'는 주장을 통해 우리는 세이건의 우주관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인류는 스스로 자기 파멸을 선택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문명의 사춘기에 놓여 있다'는 주장과 '우주로부터 날아온 외계문명 신호를 포착할 수만 있다면 그 신호의 해독여부를 떠나 신호를 보낸 외계문명이 문명의 사춘기를 잘 넘긴 증거'라는 주장 통해 인류를 불완전한 문명으로 보는 세이건의 인류학적 세계관을 짐작케 한다.


우리는 광막한 우주를 경외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인류가 우주탐사와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이건은 우주 탐사는 인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인류가 광막한 우주에 있는 별과 행성들, 성간을 정처 없이 떠도는 먼지에서 왔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토록 신비에 싸인 신화와 같은,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지구 생명과 문명이 스스로 멸종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가능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실 저 우주에 존재할 수도 있는 외계문명이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 안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대립과, 종교와 사회 문화적 차별은 얼마나 부질없어 보이겠는가!


세이건은 우리 인류가 광막한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또한 멸종위기종이라고 이야기한다. 중력붕괴와 같은 우주 물질 진화 과정의 물리 법칙에서든, 우리 스스로에 의해서든 인류 종말의 시간은 점점 앞 당겨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리처드슨 곡선'이 급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만큼 지구 종말이 눈앞까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인류는 문명의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우주 지평선을 넘어 심연의 우주로 새로운 대 항해의 돛을 올릴 수 있을까! 1990년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얼마 남지 않은 전력을 끌어 모아 외행성계로 향해있던 카메라를 반대로 돌려 우리 지구의 모습을 찍어 전송해 왔다.

창백한 푸른빛을 띠고 있는 작은 점 하나! 그 작은 점에 수많은 지구 생명체와 82억 인류가 살고 있다.

질서와 조화의 코스모스 우주 안에서 후미진 변방을 떠도는 행성 지구는 오늘도 혼돈과 무질서로 가득한 카오스 세상이다.


[短想]

저 광막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 지구와 인류는 또 나는 얼마나 작고 작은 존재인가!

그럼에도 지구에 깃든 생명과 나는 불가능의 거대한 어둠을 뚫고 빛나는 우주 속 희소한 보물로서 얼마나 귀중한 존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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