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마르그리트 뒤라스

by sinwolrang

다들 이 책을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하지만 현실 속 육체와 소설 속 정신 모두가 찜통 속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어지럽고 숨이 턱 막힌다. 지금이 겨울이어서 일까! 소설 속 세상의 무더운 여름에선 태양이 주는 고통보다 사람이 주는 온기와 끈적한 바다 냄새가 느껴진다.



전 유럽이 태양에 들끓고 있다. 그들의 여름 휴가지 역시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수 없다. 그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도 결말도 없이 권태로운 강물처럼 유유히 바다도 흘러간다.

분주한 일상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휴가를 떠나지만 막상 휴가지에서의 삶은 단조롭고 지루하다 못해 피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삶이 오히려 잠들어 있던 그들의 욕망을 깨우거나 관계의 실체와 정면으로 마주할 계기가 된다. 무더운 여름은 이성적 계절이 아니다. 우리 안에 잠재된 욕망과 날 것의 감성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가슴 벅찬 계절인 것이다.


두 부부와 그들과 모호한 관계에 있는 친구 사이에 찾아든 사랑과 우정의 권태와 피로감.

시들어가는 자크 부부에게 욕망과 질투의 먹구름으로 한바탕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처럼 보트를 몰고 나타난 한 남자.

클로즈업된 지뢰 폭발로 조각난 아들의 주검을 찾아 모으는 노파의 피로 검게 얼룩진 손, 슬픈 현실과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에 그저 힘 없이 저항하는 두 노인의 공허한 눈동자.

조각난 아들의 주검이 들어 있는 비누상자 위에 놓여 있는 자질구레한 음식들,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구질구질 삶의 서글픔.

슬픔에 잠긴 노부부 앞에 나타난 홀아비 식료품상의 노인에 대한 헌신, 그의 장황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연약함과 깊은 고독의 독백.


그들은 비만 오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끝까지 비는 내리지 않고 설상가상 산불까지 끼어들어 소설 속 세상은 더욱 뜨겁게 끓어오르며 폭발직전에 이른다. 감정과 감정들이 끊임없이 부딪치며 파국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들의 희망처럼 타키니아 신전 열주사이로 비쳐드는 태양과 그곳의 작은 말들은 그들에게 시원한 단비가 되어줄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갈망한다. 하지만 사랑을 주는 것엔 누구나 서툴다. 그래서 완전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완전한 사랑은 오직 신만이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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