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
영어캠프에 도착한 첫날,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가빴다.
용기를 내서 문을 넘고, 명단에 있는지 확인하고 접수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영어캠프라는 이름 아래 모인 아이들은 밝고, 신나고, 자연스럽게 오랜 친구처럼 인사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이 나와는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학교에서처럼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힘들었고 당황스러웠다.
내 안에는 아직 학교에서 겪었던 시선들이 남아 있었다.
비웃음, 조롱, 경계, 그리고 판단이 존재하지도 않는 장소인데 불구하고 존재하듯 느껴졌다.
그래서 누군가 눈을 마주치려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했고,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 고개를 떨궜다.
눈을 마주친다는 단순한 행동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나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서움은 분명했고, 익숙한 감정이었다. 내가 다시 누군가에게 들여다보일까 봐, 또 상처받을까 봐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였다.
선생님들도 내가 사람들의 눈을 보지 않는 것을 아셨다.
모든 사람들이 중앙홀에 모여 앞으로 영어캠프진행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지만, 나는 모든 말과 소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긴장과 불안에 고개를 푹 숙이는 행동이 선생님 눈에 잘 띄었다. 지적을 해도 행동이 바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아프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오는데 이 감정조차도 무슨 감정인지도 이때까지도 잘 몰랐다.
"괜찮아"라고 말하고 괜찮지 않은 자신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야! 지금 당장은 무리 안 해도 돼"라고 다독였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모든 말과 행동이 나한테 올 때 침묵으로 방관해 왔는데, 그리고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나를 너무 아프게 만든 것을 첫날에 깨닫게 되었다.
그날 밤, 잠자는 시간이 되어서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깔고 누워서 생각나는 것은 막막함이었다.
당황스럽고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웠던 하루를 보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일이 안 왔으면 했다.
도저히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을 뜨면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여기서 잘 지내다 보면 앞으로의 길이 보이겠지?라는 희망이 보였다.
내 안에서는 작고 미묘한 감정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아가고 싶은 희망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계속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눈을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장면을 꿈꾸며 잠을 잤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아직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