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숨을 쉬듯 글을 쓴다
병원에서 의사는 말했다.
“아토피는 자가면역질환이에요.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세요.”
그 말이 오래 귓가에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운명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넘어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가을이 오면 내 몸이 가장 먼저 계절을 알아챈다.
공기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손가락 마디마다 살이 갈라지고 터진다.
손가락 몇 마디엔 피가 맺히고,
아침이면 손이 퉁퉁 부어 있다.
눈을 뜨자마자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장갑을 낀다.
월요일 아침, 바쁜 출근길 속에서
나는 그렇게 운전대를 잡는다.
손끝이 아려도 거래처를 향해 달린다.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뜻일까.
샤워를 할 때도 장갑을 낀다.
터진 손가락에 물이 닿으면 정말 따갑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해야 하니까 그냥 견딘다.
이젠 그런 일상이 익숙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이 통증이 두려웠을 것이다.
무언가를 잡는 순간마다 스치는 고통,
그 감각이 하루를 삼켜버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손가락이 갈라지고 피가 나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인다.
오후가 되면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에서 나온 옷을 개다 보면
마디가 또 터지고 피가 배어난다.
손끝이 따갑게 쑤시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각이 싫지 않다.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미리 글을 써두지 못한 게 아쉽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나에겐 가장 편안하다.
손끝이 아파도 마음은 고요하고,
통증 속에서도 문장은 자란다.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피가 나도 괜찮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아픔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오늘도 쓴다.
글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나를 작가 만들어준 브런치스토리, 나의 글을 보는 작가님과 독자님들
가족과 친구와 나를 사랑해 주는 모든 분들이 있기에 오늘 내가 있고, 글을 쓰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느리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아토피 #자가면역질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