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문장들 마지막장
처음엔 흔들리는 나를 붙잡는 글이었고
무너지지 않으려는 기록이었고
버티는 문장이었다.
지금은 버티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도망치지 않으려는 것도,
숨지 않으려는 것도,
갈등 속에서도 솔직해지려는 것도,
누군가의 기준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아파도 살아내려는 것도
전부 나를 지키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를 지키려는 몸부림.
상황이 어떻든, 흔들리더라도
결국 나를 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나를 지키려는 사람이다.
나를 나로 일으킨다.
나는 결국 강해지겠다고 쓴 게 아니라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쓴 사람이다.
나는 완벽해지려던 사람이 아니라
나를 품어 주려던 사람이다.
처음엔 나를 지키려 썼다.
쓰다 보니 나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를 나로 지켰다.
이 글을 쓰면서 참 많이 흔들린 것 같다. 삶이 늘 파도를 치니 거기에 휩쓸려서 멈칫했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써나갔다. 흔들리기에 나를 붙잡아두려고 쓰기로 한 거니까. 멈추지만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며 나를 가혹하게 대했을 것이다. 맞추고, 참아내고, 부정하면서 내 안의 목소리를 묻어버렸을 것이다.
나는 자주 나를 낮은 자리로 끌어내렸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했고,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했다. 어느 날, 나는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답게 살고 싶어서.
숨 쉬고 싶어서.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아직 달이 하늘을 채우던 새벽이었다. 차가운 물이 얼굴 위로 흘러내렸고, 나는 넘어졌다. 손목이 시큰거렸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열심히 살려던 마음도, 버텨보려던 의지도 함께 무너졌다. 여기서 나만 사라지면 이 고통도 멈출까,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쳤다.
모든 것이 무뎌졌다. 감각이 지워졌다. 나는 조용히 넘어졌다가, 조용히 앉았고, 조용히 다시 일어났다.
그래도 더 살아보자고,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글을 썼다. 글을 쓰며 많은 사실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대신 빛나는 것들을 끌어올렸다. 그저 아프다 말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을 비추었다.
꽃, 그 사이 스치는 것
벚꽃, 목련, 개나리
철쭉,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어
꽃들이 만연하다.
그 꽃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퍽 따스해진다.
그 사이.
봄바람이 휙 하고 온몸을 스치우는데
그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옷 깃을 자꾸 여미게 된다.
봄 햇살보다.
봄바람이.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따뜻한 햇살 속 파고드는 바람에
마음이 서슬 퍼레진다.
봄바람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랄 뿐.
-봄, 스치는 바람 곁에, 유신유 (2017)
그때의 나는 햇살보다 바람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따뜻함보다 스치는 차가움에 움츠러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을 통과해 서서히 내 이야기를 꺼냈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나로 돌아오는 연습〉, 〈나를 지키는 문장들〉을 쓰며 나는 계속해서 나를 붙잡았다.
2025년 5월, 숨이 막히듯 호흡이 가빠지던 날, 가슴을 누르며 생각했다. 더 이상 참지 말자고. 숨지 말자고. 나를 지우며 살지 말자고. 그날 이후 나는 내 모든 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작은 문장들을 스레드에 하나씩 써 내려갔다. 시작은 작았다. 4개월 뒤, 그 기록들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한 자 한 자 써나가니 그 문장들은 나를 살렸다.
나는 자라고 있고, 나로 돌아오고 있고, 나를 지키고 있다고. 여기까지 오는 데 9개월이 걸렸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도 많았고, 아프던 날도 있었고,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또 일어났다. 예전과 다르다면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다. 그것으로 나는 힘을 얻었다.
마침내 나는 겨울을 지나 누군가의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지켰다고. 나는 결국 나로 살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다고.
그 모든 흔들림을 통과한 나는 나를 선택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나로 살아보려는 사람이다.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지만, 나는 결국, 사랑으로 살아보려 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지키려 써 내려간 문장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필요했다고 했을 때, 마음을 나눠주실 때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말없이 지켜봐 주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신을 살리는 문장들을 꾸준히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를 지키는 문장들>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이 다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슴에 꽃을 품고 다음 연재를 이어갑니다. 〈나는 사랑이다〉로 3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만나겠습니다. 벌써 브런치북을 라이킷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는 천천히 제 속도로 걸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