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멈춰 있던 시간, 조용히 자라던 것

by 유신유

프롤로그


나는 그동안 꺼내지 못한 마음들을 꾹 눌러 품고 살아왔다.

겉으론 괜찮은 척, 충분한 척 지내왔지만 속은 자주 무너졌고,

그 조각들을 껴안은 채 하루를 넘기곤 했다.


말을 아끼다 보니 마음이 점점 메말라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진짜로 느끼는 게 무엇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런 날들 속에서 짧은 문장이 자라났다.


그 문장들을 스레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애써 잘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진심을 적어 내려간 그 말들이

어느 날은 나를 일으켰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닿아 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자라날 수 있었던 마음의 기록.

그렇게 피어난 문장들을 어떤 마음으로 써내려 갔는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담담히 이야기하려 한다.


그 무너짐조차, 아름다웠다.
숨은 채로도, 나는 분명 자라고 있었다.





멈춰 있던 시간, 조용히 자라던 것


나는 오랫동안 잡지에 만화 연재와 글을 연재해 왔고,

콘텐츠를 만들며 작지만 사업도 꾸려왔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집안일과 돌봄도 해왔다.


하지만 시작만 하고 중간에 멈추는 일이 많았다.

자금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무언가 하나 하기도 벅차서,

아이는 돌봐야 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느껴져서.


그럼에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조용히,

아주 작게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갔다.

그러다 결국 모든 것이 멈춰 서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제야 나는 불편한 질문들과 마주했다.


왜 나는 끝까지 해내지 못할까?

왜 비슷한 이유로 자꾸 포기할까?

왜 나는 이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일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


그 답은 단순하지도 않았다.

곧바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회피했고, 도망쳤고, 숨었다.

그러면서도 서서히 무너져 갔다.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가슴을 쳤다.


결국 나는 나를 바로 봐야 했다.

나의 현실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멈춰 서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수년간 미완인 채로 남겨진 감정들과

생각의 그물을 차근히 마주하는 4개월의 시간과 공간을 나에게 허락했다.

그 시간은 사실, 예상치 못한 정체기였다.


사소한 일조차 버거운 상태로 남겨져, 나는 낯선 침묵과 정적 속에 놓였다.

갑작스럽게 내 시간만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괴롭히던 고통의 흔적을 발견했고,

그 틈 사이로 아주 작은, 진짜였던 내면의 변화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그 작은 성찰의 여정을

다시 되짚어보고자 한다.




"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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