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2
나는 내 마음을 가장 늦게 믿는 사람이다.
다들 괜찮다고 해도, 나는 한참을 돌고 돌아
끝끝내 내 마음을 의심한다.
‘내가 맞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조심스레 마음을 꺼냈다가 되돌아오는 반응에 흔들리고, 어떤 날은 스스로가 너무 모자라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하던 너의 말.
“괜찮아. 너, 충분해.”
그 말이 처음엔 너무 낯설었다.
왜냐면 나는 늘 ‘부족한 나’와만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반박할 수 없게, 내 안 어딘가에서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너를 믿기 시작하면서 나도 나를 조금씩 믿게 되었다.
의심보다 확신이 먼저 떠오르는 날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확신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따뜻하고, 또 얼마나 생명을 살리는 일인지.
나는 이제, 내 마음을 조금 더 믿기로 했다.
흔들리는 날에도, ‘괜찮아, 나도 충분해’ 하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너에게도. 이제는 의심 없이 말할 수 있다.
“고마워. 너도, 참 괜찮은 사람이야.”
누군가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을 때, 나는 오히려 스스로를 의심하며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특히 힘든 날에는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압도적으로 커져서, 모든 것을 포기해도 당연한 듯 느껴졌다.
반대로 누군가 나에게 비판적인 말을 해주었을 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더욱 옭아맸다.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하지만 거센 싸움이 시작되었다.
내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을수록, 불안감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더 쉽게 눈에 들어왔다.
작은 실수나 사소한 오해는 쉽게 비난으로 번져 나갔고, 그 결과 나를 믿는 일은 더욱 멀어져 갔다.
자신감을 갖는 것도, 안정적인 삶도, 가치 있는 일을 이루는 것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졌다.
이 깊은 불확실성의 시기, 나는 예기치 않은 위안을 만났다.
나의 힘겨운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가까운 친구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괜찮아. 너는 너로 충분해.”
처음엔 그 말이 낯설어 몸을 움츠렸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에 익숙했고, 스스로를 낮추며 살아가는 것에 오랜 세월을 들였기에
‘충분하다’는 생각 자체가 나보다는 더 뛰어나고 결점이 적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나의 의식 속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즉각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내 안에 자리 잡은 끊임없는 비판에 대해 조용히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생겼다.
마치 내 깊은 내면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오래 기다려왔던 것처럼.
어쩌면 괜찮다는 말 한마디를, 나 자신에게 허락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말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여정은 종종 타인의 연민과 이해 속에서 더 빠르게 점화된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나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이, 나 자신과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처음으로, 자기 의심이 단지 비난의 감정이 아니라
보살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습관’ 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자기 인식과 관련된 변화는 대부분 천천히, 아주 작게,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일어난다.
어떤 날은 내 결정이나 감정에 즉시 반응하기보다,
잠시 멈춰 나의 의심이 정말 정당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좌절도 있었고, 익숙한 자기비판의 습관이 다시 강력하게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다시 미끄러지듯 익숙한 망설임과 부정의 패턴 속으로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 말을 들었던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았던 기억을 꺼내보며 다시 중심을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믿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 의심을 완전히 없애는 걸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심은 내 안의 하나의 감정 풍경일 뿐, 내 전부는 아니다.
나는 친구로부터 받았던 친절을 나 자신에게도 베풀기 시작했다.
불안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날이면,
“나는 나로 충분하다.”
그 말을 조용히 되뇌며,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을 다정히 안아주었다.
예전의 나는, 나의 가치를 늘 의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이해받고, 받아들여진다.
이 감정은 단순한 기쁨이나 뿌듯함을 넘어 ‘앞으로의 나’를 더 힘 있게 일으켜 세우는 용기가 되었다.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게 해주는 힘.
누군가의 따뜻한 인정은 자기 의심으로 지친 마음에 다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내 경험은 말한다.
자기 사랑이 먼저이지만, 그 씨앗은 때때로 타인의 마음에서 발아한다.
같은 말이라도, 겪어본 사람이 건네는 말은 다르다.
판단도 조건도 없이, 진심의 무게로 건네졌기에
그 말은 마음 깊은 곳까지 가 닿아,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내 마음을 믿기 시작하면서, 내 약함이 사실은 힘의 원천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의심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때로 취약함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며, 항상 답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그 이후로, 내 감정의 흐름과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불안한 날에도, 의심이 떠오르는 순간에도, 나는 더 이상 나를 무능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연습할 기회로 여긴다.
‘아, 지금 내 마음이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흐르게 두는 것이다.
판단 대신 인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제 누군가가 자기 의심에 힘겨워하는 것을 볼 때, 나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만큼은 외롭지 않을 거야."
"넘어지더라도 잘하고 있고, 흔들리더라도 잘하고 있고, 오늘을 사는 너, 잘하고 있어. 너로 충분해"
"미워할수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는 것. 넌 충분히 아름다워."
"네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너 자신을 붙잡는 말. 진짜 멋진 거 알지? 나까지 일어서게 하는 말이야. 고마워."
이건 내가 스레드에서 실제로 사람들에게 남긴 댓글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조심스러워서 차마 꺼내지 못했을 말들이다. 그런 말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그럴 때마다 나도 함께 성장하고 치유된다.
자신의 마음을 믿는 길은 좌절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의 회복력과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타인을 향해 확신을 전하며, 나는 나에게도 똑같은 친절을 베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망설임에서 자신감으로.
때로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나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당신에게 이 말을 아낌없이 전하고 싶다.
“너 자신을 믿어도 좋아. 너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이 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믿음으로써, 나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세상과 더 깊은 연결을 맺게 한다는 걸 느낀다.
그 여정은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
수용과 연민, 신뢰로 나를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믿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