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말하자면 다섯 번째 계절 같은 것. 체온에 타죽은 하루살이들의 시체를 자랑하며 너는 실체가 있었던 옛 애인들의 눈물을 꿈처럼 불명확한 그 언젠가의 낭만으로 포장하겠지. 네 혀에서 쏟아지는 시체들 속에 내 이름은 형체가 없을 것이고. 다만 한 무더기의 꽃은 핏빛일 거고.
또 한 명의 순진무구한 소녀가 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말하겠지. 꿈 같은 이야기라고. 너는 진실에 뿌려졌던 선혈은 황급히 숨기고 안개 같은 목소리로 말할 거야. 우리는 지금 현실에 있어. 우리, 그 빌어먹을 우리라는 단어를 조심하렴. 나는 소녀에게 말하고 싶지만 내 목소리는 실체가 없어.
그의 혀가 아름다운 이유는 살인이 특기라서 그렇다고 옛 애인들 입을 모아 증명해본들 무엇이 달라질까, 우리는 이미 시체. 우리는 이미 선명하게 피어난 종말. 또 하나의 소녀가 그의 혀를 바라보다 곧 얼굴을 겹치겠지.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불쌍한 아이야. 너도 곧 그에게 먹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