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수.야구 관람 스토리
"지오야, 다음에는 우리 같이 야구 보러 가자."
"엄마, 나는 그런 곳에 가면 완전 기빨려요. 흥분한 사람들 보는 것도 피곤해요."
완전체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나의 바램은 욕심이었다.
인남매 모두 스케줄이 있었지만, 지오는 조정을 원하지 않았고 주완이와 지민이는 반강제적으로 야구 관람에 합류했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엄마 아빠는 절대 예매 못해. 우리는 능력있는 둘째 고모 덕분에 이렇게 테이블 자리에서 야구를 볼 수 있는거야." 야구 관람의 대단함을 강조하다보니 웃프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새롭게 오픈할 때부터, 한화가 진짜 최강 1위로 올라갈 때부터 나는 알았다. 앞으로 야구장 가기는 하늘에 별따기겠구나. 그 별은 나는 못따겠구나.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는 별도 달도 딸 수 있는 능력자 친구들이 있어 올해 시즌 시작되는 무렵 야구장 도장 한 번 찍고 왔다. 3루석, 딱딱이 응원봉을 들고 있는 롯데팬들 사이에 앉아서 4월의 꽃샘추위를 견디며 치킨과 떡볶이를 순삭하며 이 곳에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꿈만 꾸다가 생각지도 않은 럭키비키 4자리를 획득한 우리는 최강이 된 한화 이글스와 무섭게 따라오는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를 직관했다. 대전에 살지만 성심당 망고 시루와 딸기 시루는 남의 떡, 대전에 살지만 1루 중앙 탁자석은 처음이다. 맙소사! 투수도 타자도 포수도 잘 보인다. 그리고 경기장을 둘러싼 각양각색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롭다. 상대팀이 응원가를 부를 때는 같이 박수를 치거나, 지켜본다. 야유를 하거나 거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안보인다. 지난 번 롯데전에는 거친 말들을 많이 들어서 두근두근했는데, 몇 달 사이에 관중 문화가 발전한 것인가.
이진영의 응원가를 명불허전이다. 반주 없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이번에는 마음 속 가득이다. “이 순간 너의 모든 것을 보여줘. 넌 이진영이다."흥분하는 나를 주완이와 지민이는 또 새롭게 쳐다본다. 집에서 머리 묶고 안경쓰고 잔소리하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는지 웃음이 ㄱ터진다. 지민이는 야구가 매우 재미있어졌고, 주완이는 야구보다는 축구 경기 관람이 좋다고 한다.
순위의 끝자락에 있을 때 한화의 응원가는 매우 강렬했고, 서사가 있었고, 슬픔도 느껴졌다. 이제 제일 앞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화의 응원가는 예전보다는 부드러워졌고, 고급스럽다고 해야 할까. 1위 팀으로서의 고품격 응원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7회 초에 들린 기아 타이거즈의 응원가는 듣다가 눈물이 왈칵. 이것은 재작년 아스팔트 위에서 함께 했던 투쟁가를 떠올린다. 역시 괜히 광주가 아니구나 싶었다.
1루 중앙석에 앉으니 보이는 것도 많고, 보이는 것이 많으니 생각도 많아지고, 들리는 것도 많아진다. 탁자석에 앉아 손이 가볍고 무릅이 가뿐하니 입과 몸이 즐겁고, 가족과 함께 하니 얘기 거리가 풍성해진다. 동그랗게 뜬 보름달과 함께 한화의 역전승, 그 순간을 함께 한 우리를 기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