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을 추억하다.

2020.02.26.인남매 스토리

by 한시은

시작은 돈까스 소스였다. 주말에 장을 보지 못해 월요일 오후 느즈막히 자연드림을 들렀다. 식재료들이 텅텅, 내가 사려고 했던 것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점원에서 물어보니, 오픈 하는 시간에 맞춰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개학도 미루어 지고, 외식도 찝찝한 상황에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어야 하는 까꿍이들 먹거리를 사야하는데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화요일, 눈 뜨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자연드림으로 향했다.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담는데, 돈까스 소스는 여전히 품절, 다들 집에서 돈까스 먹이는구나 싶었다. 한살림 돈까스 소스를 찾아 나섰다. 헉, 한살림 상황은 더 심각. 오픈 시간에 맞추어 줄지어 있던 사람들이 무섭게 돌진하여 필요한 물건들을 담기 시작했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은 어떻게 라면이 하나도 없냐며 점원분에게 화를 내신다. 까꿍이들 간식 연두부를 나도 모르게 9개 모두 담고 있는 나를 보고 이렇게 사재기를 하는구나 싶었다. 점원분이 나를 보고 3개만 양보하면 안되겠냐고 하셔서 얼른 3개를 뺐다. 그리고 결국 한살림 돈까스 소스도 사지 못했다.


2월 이맘 때, 새로운 3월을 기다리며 설레기고 하고, 심난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가득했다. 통 못본 보고싶던 이들과 연락해서 얼굴 보고 서로 토닥토닥 새 학년 응원 해주고, 평일 유명한 맛집 브런치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즐기곤 했는데, 그런 2월이 송두리째 변해버렸다. 두렵고 우울하며 무기력한 2월의 막주를 보내고 있다. 개학은 연기되었고, 3월 첫 주안에 잠잠해질까도 걱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기는 청정하고, 외출은 두렵고, 까꿍이들은 집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나는 환기를 시키며 청소를 한다. 집에 계속 있으니 집이 깨끗해진다는 어떤 선생님의 말에 공감. 이또한 지나갈 것이고, 2020 2월에 그랬었지라고 추억하는 순간이 오겠지.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는 중, 지금은 2020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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