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렌더로 시작한 여행

2020.5.3.인남매 스토리

by 한시은

시작은 스플렌더였다. 확장판까지 구비한 스플렌더 게임에 홀릭한 까꿍이은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도 셋이서 꽁냥꽁냥.


정리를 재촉하자 마무리를 하는 와중에 주완이의 표정이 울락불락, 스플렌더 뚜껑을 발로 밀어버리며 일어난다. 여행 내내 겨울왕국 2를 듣는 것에 전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주완이가 차에 타자마자 노래 소리가 너무 크다, 왜 만날 겨울왕국이냐며 불만 섞인 말들을 내뱉는다. 전후 상황을 살펴보니 스플렌더를 하면서 지오가 지민이를 도와주었고, 결국 지오와 지민이가 10점으로 동점, 주완이는 8점으로 패배, 주완이는 지오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꼈고, 1등이라고 좋아하는 지민이에게는 화가 났던 것이다. 메밀 막국수를 먹으면서도 셋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후루룩 턱턱, 늘상 매우 상호우호적인 지오주완이의 다툼은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다. 횡성 휴게소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를 사러 간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를 꼭 안고 있던 주완이가 내 팔을 잡고는 한 쪽 팔로 지오 팔짱을 낀다. 지오도 싫지 않은 느낌이다. ‘ 오호, 주완이가 먼저 손을 내밀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오아빠에게 슬쩍 얘기했다. “아니야, 지오가 먼저 손 내밀었어.” 헉, 언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메밀 막국수를 후후룩 먹고는 식당 앞에서 지민이랑 꽃 산책을 했었다. 그 사이에, 메밀 국수를 먹고 있는 주완이에게 지오가 “김 좀 뿌려서 먹어 봐.” 라며 김을 올려주었단다. 당황한 주완이를 보며 지오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고, 김이 더해진 메밀국수를 먹으며 주완이도 웃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건,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인데, 요 까꿍이들 에피소드 덕분에 웃음으로 포인트를 줘버렸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고 싶어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서 여행을 간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들뜸으로 일상으로의 복귀를 응원 받기도 하는 여행. 우리 동네, 우리 집이 참 좋다는 것을 알기 위해 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러한 마음이 가득하게 만드는 것 또한 여행은 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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