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에서 만나자

2020.9.5.

by 한시은


지오 아빠랑 장 보러 가는 길, 자연드림 맞은 편 새로 지은 건물이 예쁘다고 했더니, 건물 자체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데 외부 조명을 잘 썼네라고 했다.



어제 퇴근 길 자연드림 가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멈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벽이 다른 벽에게 말했어. '모퉁이에서 만나자'



나는 왜 이 문구를 보고는 마음이 쿵쿵 했을까.

건물 벽에 적힌 문장이 내 머리 속 느낌표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하는 말.


"친구랑 서로 다름을 배우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에 오는 거야."


"다른 걸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해."


"어른이 되어서도 싫어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너무 드러나지 않게 감정 조절을 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니까."



반 녀석들이 친구관계로 힘들어할 때 해주었던 말들인데, 정작 그 말을 지켜나가는 것이 진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종교, 정치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는 우스갯 말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40세, 불혹,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생각이 다른 벽도 걷다보면 모퉁이에서 또 만나게 되겠지. 만나면 또 손잡고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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