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동화책

냥라대왕 반가워!

by 한시은

아, 이러다가 입에서 나방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로 소리 내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조막만 한 손으로 책을 꼭 쥐고는 엉덩이로 돌진하여 내 무릎에 앉아서 책을 읽게 만들었던 내 까꿍이들, 그 시절 까꿍이들에게 나는 쉼 없이 책 읽어주는 엄마였다. 나방 뿜던 엄마가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은 고요한 산속 절, 침묵 속 평화로움이 늘 고팠던 그때의 나를 떠오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냥라대왕 - 거미 괴물을 잡아라!

책쓰샘 지역 모임에서 책 나눔의 시간, 동화책을 쓴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다. '나도 동화책을 써볼까?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는 추천 평에 호기심이 생겼고, 짧은 분량에 끌렸다. 요즘 워낙 읽고 있는 책들이 여러 권이고,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게으름이 컸다.


둘째 학원 라이딩 틈새 공략, 달달한 에그타르트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천신의 벌을 받아 동물 나라로 쫓겨난 냥라대왕이 마주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거미 괴물, 거미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함께 하는 하루, 소라 남매, 거미 괴물의 숨겨진 슬픔. 냥라대왕과 남매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 집 까꿍이들에게 매일 밤 책 읽어주던 엄마 한시은이 그 공간에 서 있었다.


염라대왕이라는 무거운 직책 대신 후드티를 입고 마이크를 잡으며, 할 일을 미루고 춤을 추는 냥라대왕의 모습에서 우리 집 자유 영혼 막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막내가 가진 비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틀 안에 가두려고 했던 순간순간도 스치듯 지나갔다.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그리고 어른에게 모두 다른 느낌의 힐링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본 동화책!

무릎에 앉혀 책 읽기에는 너무 무거워진 까꿍이들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따뜻한 감정을 갖게했다. 나방까지는 아니라도 나비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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