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동기 두녀석과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의 묘미는 오랜만에 둘러앉아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있겠고, 아무생각없이 불멍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술을 진탕 먹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캠핑의 백미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눈에 보이는 '하늘'이다. 새벽에 눈을 떠서 보는 하늘은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다. 아침 캠핑장 특유의 공기와 새들의 큰 듯 작은 듯 들리는 지저귐, 그리고 느껴지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한참을 그렇게 하늘만 바라봤다. 그 순간만큼은 걱정이 없다. 머리 맡에 놓아둔 책도 한장 넘겨본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환경들이다. 어제 밤하늘은 별도 엄청났더랬지.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나만 있는 것처럼 좋다. 평생이 이 순간만큼 평화로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이내 다른 잡념들이 들면서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잡념과 걱정이 많다. 조금은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탓일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A형 성격처럼(나는 B형이다) 나는 예전일을 오래도록 기억을 잘하고, 뜬금없이 그런 것들이 생각나 혼자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대학동기들과 캠핑을 와서 이야기하다보니 추억 저 끝자락 속에 묻어두었던, 부끄러워 어디서 꺼내지 못했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항상 이런것으로 혼자 스트레스 받곤한다. 털어버리자, 잊어버리자 다짐하지만 사실 그게 쉽나.
방법이 잘못 된 것 같다. 잊어버리자, 버리자 할 수록 그것이 더욱 크게 마음 속에 각인된다. 많은 자기계발서와 에세이와 수필에서 항상 나오는 문구가 있다.
'받아들여라'
왜 나는 그토록 많은 책들을 읽어보면서 저 문구에 와닿지 못했을까. 건성으로 책을 읽었나 싶다. 캠핑장에 와서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책을 읽다가, 잡념이 생겼다가, 문득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는다.
앞으로도 문득 문득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기억이나, 걱정이 인터넷 팝업창처럼 계속 튀어나올 것이다. 이 '팝업창'에 대해서 마냥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평소 하던 것처럼 무심하게 'X' 클릭하고 넘어 갈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잡념을 잊기 위해 온 캠핑에서 잡념이 더 생기는 기이한 경험을 하며,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