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심장에서 솟아올라 달음질친 열쇠들이 있다.
각오를 다진 열쇠들은 자물쇠의 기질 특이성을 따지지 않았다.
잡히면 무조건 꿰어 불태워 버릴 것이다.
검은 숲, 방치된 사슴 사체. 이곳은 슬퍼서 비릿하다. 다음 장소.
달팽이 껍데기 모양의 돌기둥. 이곳은 도망자들의 안식처다. 다음 장소로.
붉은 길을 타고 열쇠들이 달린다. 기필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황량한 들판. 상아로 지어진 터널. 거짓말 같겠지만.
이곳에는 사람이 산다. 다음 장소로.
다시 검은 숲. 열쇠들은 흑요석처럼 얼어붙고 있었다.
달려야 해. 돌진. 포기하지 마. 계속 앞으로. 멈추면 이 피에 녹아버린다.
검은 숲 너머 아름다운 절리가 보인다.
파악. 팍. 열쇠들의 발굽이 사정없이 돌진한다.
그들은 엉겨 붙어 커지며, 조각조각 떨려나 바늘이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숲의 고철을 빨아들이는
탐지기를 부순다. 돌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손바닥의 BBB 장벽을 뚫어라. 우린 살아 돌아가지 않는다.
흰 숲이 우거졌다.
모든 것이 하늘의 고요에 미끄러져 세상을 떠났다.
열쇠들은 소리 없이 녹아 새벽의 빗방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