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에 얽힌 시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10

by 따뜻한 손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주름 하나


시간이 몸에 새겨진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시간이 새겨진 만큼

추억도 새겨지겠지




상처가 하나 더 늘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만 혼자 끙끙 앓는 상처 하나


예전처럼 아무 일 없이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상처는 어느덧

무심히 흔적을 남긴다


상처가 새겨지고

상처가 남는다는 건


나의 기억력은 약해지고

나의 몸은 더욱 또렷이

기억한다는 뜻이겠지


슬픈 기억은 사라지길 바라지만

몸은 쉽사리 기억을 놓아주질 않는다




굳은살이 하나 더 생겼다


꽁꽁 싸매어 숨겨진

나만 아는 곳에


몹시도 고단한 시간이 만들어낸

작은 못난이 열매 하나


그래

그때


네가 거기 있었구나


몹시도 고단했던 그때에

네가 거기서 외롭게 버텨주었구나




아팠던 시간이 몸에 기록된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돌아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찬란했던 나의 모습이

나의 몸에 기록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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