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할 때 가끔씩 하는 이상한 실험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31
병원에 출근할 때 전철 출구에서 병원까지 광활한 공항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가끔씩 혼자 해보는 이상한(?) 실험이 있다.
그것은 눈을 감고 걷는 것. 그리고 눈을 감는 순간 몰려오는 극도의 공포감을 몇 초나 견디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최대한의 인내심으로 견디었다고 자부하고 시계를 보면 겨우 10초 남짓을 참았을 뿐이다.
광활한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런 차들의 움직임도 없고 자그마한 돌부리조차 존재하지 않는 안전하고 편평한 곳이지만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 공포심을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대화하다 보면 이것과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고통의 늪에서 헤치고 나오는 작업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앞으로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소견을 내어 놓지만, 고통의 공포심에 사로잡힌 환자를 설득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결론은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환자와 함께 그 지난한 길을 같이 걸어가는 것뿐이다.
때로 환자가 과민할 정도로 공포를 호소할 때, 그 심정을 배려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끔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가끔 거친 표현으로 나타날지라도 말이다.
나라고 다를까?
겨우 10 초남짓 밖에 참을 수 없는 얄팍한 인내심의 소유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