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Feb 17. 2023

보고 싶다, 친구야

혼자인 듯 아닌 듯 외로운 삶

인생에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이라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친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지만 그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친하다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


중학교 친구 셋, 고등학교 친구 다섯, 대학교 친구 둘.


37세 내 곁에 내가 친구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열 명 정도이다. 정말 결혼 전까지 매일 만나다시피 한 친구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이 끊겼다가 십몇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친구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을 소개해 준 친구도 여기에 속해있다.

… 왜 그랬니, 친구야?


결혼하고 보니 친구를 만날 시간이 생각보다 없다. 일단 회사를 다니고, 육아를 해야 하고, 가족 대소사까지 챙겨야 되다 보니 친구를 만날 절대적인 여유 시간이 없다. 친구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라 시간 맞추기도 힘들다. 연락은 자주 못해도 종종 친구들 생각을 한다. A 애기는 많이 컸겠다, 혼자 둘 보느라 얼마나 힘들까.. B는 아직도 회사가 많이 힘드나. 지난 답문이 아직도 없는 걸 보니 많이 바쁜가 보다. C는 새 남자 아직 안 생겼으려나.. 혼자 속으로나마 친구들 안부를 궁금해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뭐랄까, 일부러는 아닌데 주기적으로 거리감을 생기게 한다. 공부한다고 1-2년 잠수도 하고, 바쁜지 어쩐지 잊을만 하면 카톡 읽씹은 기본이요, 생일 축하 연락 따위의 인사치레는 당연히 없다. 어렸을 때는 나만큼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서운한 때도 있었다. 결혼준비로 한창 예민해져 있을 때는 무성의한 친구의 태도에 혼자 열이 받아 절교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감정적으로 위기인 순간에 나는 상대방은 뭐라고 생각할까, 평소의 언행을 감안했을 때 이러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 보고, 이해 가능한 수준이면 넘어가는 습관으로 이 친구와의 25년 우정을 지켜왔다. 나의 친언니와 비슷한 성격이라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언니와 나는 정말 안 친하지만 언니 덕분에 친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은 지난주 읽씹 당한 후 연락을 안 하고 있다. 이 친구와의 우정을 유지하는 나만의 노하우다. 혼자만 아는 연락 안 하기.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이 온다.


그 친구는 아이가 없고, 아이가 있는 친구는 다섯, 결혼 안 한 친구는 둘 등 다양하다.


여자들의 친목 도모란 기본적으론 수다를 위한 공통 화제가 기본이다. 평범한 인생이 목표인 내 관심사가 육아로 옮겨가는 사이 친구들의 환경은 다양해졌다. 흥미롭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모임은 고등학교 친구들로, 나만 결혼해서 애가 있고, 한 명은 딩크, 둘은 미혼이다. 현재 공통 관심사라곤 돈벌이뿐이다. 넷 다 매우 다른 성격으로 전부 다른 형태의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벌고 있다는 것만이 우리의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이 친구들을 만날 때가 가장 편안하고, 나답고, 재미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게 꼭 비슷하고, 뭔가 목적이 있어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이 친구들 덕분에 알았다.


다들 게으른지 바쁜 건지 주로 만나자고 연락하는 사람은 나다. 십 년 전쯤엔 살짝 빈정상할 뻔도 했는데 지금은 결과적으로 다 나와서 모여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인데 누가 부른 들 뭐가 중요하겠는가. 외로운 인생에 사심 없이 내 푸념 들어주고, 위로와 날카로운 조언도 날려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나는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고맙다, 친구들아.

작가의 이전글 다이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