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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Feb 14. 2023

다이어트?

숨은 턱과 자존감을 찾아오라

나의 인생 최대 몸무게와 최저 몸무게는 대략 10kg 정도 차이 난다. 현재 나의 몸무게는 49kg 정도이다. 고등학생 이후 주로 47kg 정도였고, 한창 다이어트에 꽂힌 시절 42kg를 달성한 역사가 있다. 출산 후 몸무게는 50kg대 초반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했고, 육아 등 바뀐 삶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나는 오랜 기간 다이어트를 하지 못했다. 동기 부여도 안 됐다. 새벽에 일어나 일터로 출근하고 집으로 오면 육아 출퇴근으로 정신없는데 언제 운동하고 샐러드만 먹으며 살은 뺀단 말인가?라고 변명하며 5년을 보냈다. 그리고 난 술까지 좋아했다.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가끔 넷플릭스와 함께 하는 혼술이 나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 된 지 오래다.


그렇게 퉁퉁한 몸에 적응하고 살던 어느 날 내가 나온 사진을 여러 장 보게 되었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잘 안 찍지만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의 취미 때문에 항상 강제로(?) 사진이 찍혔고, 그 사진들에 나온 내 후덕한 얼굴에 충격받았다. 원래도 얼굴살이 많은 나는 이중턱을 만들며 한껏 웃고 있었고 그중 일부는 시어머니 인스타에 올라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으악.


참으로 오랜만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이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어서 5년 전부터 열풍인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선택했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샐러드를 먹고 걷기 운동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디저트를 좋아하고 저녁을 먹고 빨리 자는 습관을 버려서인지 생각보다 살이 잘 빠졌다. 3개월 동안 2kg 정도 빠지자 더 이상 사진에 후덕한 얼굴이 보이지 않고, 앉으면 끼이던 바지가 좀 헐렁해졌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었다. 출산 후 우울증으로 바닥을 치고 그 부근 언저리쯤 있던 자존감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꼈다. 여전히 후줄근한 옷을 걸쳐도 이제 나는 통통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겨우 2kg이지만 변화는 컸다. 절약을 이유로 미용실도 쇼핑도 끊은 지 한참 만에 얻은 긍정적인 외모 변화였다.


그전에도 주위에서 이제 살 좀 빼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동기 부여도 안 되고 몇 번 듣자 그냥 듣기 싫었다. 체중계도 웬만하면 안 올라가고, 거울도 잘 안 봐서인지 별로 내가 살이 쪘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안 빠지나 했다. 지나고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냥 외면한 거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이거 저거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밥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남편처럼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빠지나 싶었다.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뭐, 스스로를 다독였다.


결국 모든 건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뚱뚱해도 내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동기 부여가 되어 노력하지 않는 한 나의 현실은 같다. 애초에 날씬하게 태어나지 못한 체질, 불공평하지만 불만일지언정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다. 그럼에도 불평만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시간만 흐를 뿐 내 인생은 아무것도 바뀌는 않는다. 결과가 어찌 됐든 과정에서라도 결국 뭔가를 얻지 않는가.


아들아, 날씬한 엄마가 입학식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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