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은 현실이라는 것
아이와 함께 강원도에서 한 달 살기를 마쳤다.
생각보다는 육아로 힘들지 않은 시간이었고, 여유롭게 천천히 여행하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행복했고, 평화로웠다.
시골의 텃세나 낯선 시골 주택의 허술한 시건장치로 인한 불안함, 아이의 병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나의 삶이 더 충만하게 채워졌다는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느껴지는 탁한 서울의 공기와 도시 특유의 무더위, 난장판인 집안이 나의 현실이다. 효리네 민박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제주도에 살든 서울에 살든 내 마음이 지옥이면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었다. 강원도에서의 시간은 좋았지만 돌아보니 내 마음 자체는 서울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떠나왔기 때문에 반짝 마음의 평화는 얻었지만 결국 내가 속한 곳은 아니기에 내 현실도 내 마음도 사실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돌아오고 보니 나의 현실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강원도와 극명히 대비되고 말았다.
요 며칠 익숙한 서울의 이글이글한 무더위가 순간순간 낯설게 느껴진다. 태어난 이래 계속 살아온 이곳이 익숙할 뿐, 나에게 편하고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모르면 모르는 채로 그냥 살지만 한 번 알게 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나는 알게 되버린 것 같다. 서울은 내가 눈감고 싶은 지역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