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지 않는 너

메디키넷 5mg, 1주 복용

by 시린

아이는 아침식사와 함께 메디키넷 5mg 복용을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아이와 학교에 알릴 것을 권유했지만 아이가 아직 할 말, 못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깨발랄 7세라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하고, 흔한 영양제 수법을 가장한 치료가 시작되었다. 알약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토할 것 같다며 울먹였지만 물러설 수 없는 일, 오랜만에 큰 소리가 나왔다.


"무조건 먹어야 돼!"


먹기 싫음 말고- 를 달고 사는 엄마가 도끼눈을 뜨는 걸 본 아이는 이번에도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며 며칠 새 꿀떡꿀떡 알약을 삼키고 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그랬다. 아이는 언제나 적응을 잘하고, 고집이 없었다. 15개월에 어린이집을 갔을 때도, 쪽쪽이나 기저귀를 뗄 때도, 취학 전 기관을 4번이나 옮겼음에도 언제나 너무나 쉽게 적응하고 새로운 곳에서 밝고 즐겁게 생활했다. 까다롭지 않은 아이 덕분에 쉬이 넘긴 그 많은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번아웃 상태를 4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육아는-너무 힘들다. 고 검사지에 작성하고, Depressive disorder,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요망이란 검사결과지를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에서 기어이 또 받아 들고 말았다.


네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아이가 어렸을 땐 많이 궁금했었다. 나는 에너지가 없는 인간이고,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도 금방 소진되는 인간인지라 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 순간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방방거릴 때마다 나는 끊임없이 비워져 갔다.


나의 새로운 정신과 주치의는 F의 얼굴을 한 T 같은 분이었다. 육아가 끝나지 않는 한 나의 우울증은 낫지 않는 걸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약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두 가지 상태 중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뿐이며, 약과 함께 힘든 시기를 조금 더 쉽게 보내려는 것이다, 생물학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으니 여러 약을 복용하며 효과를 검증해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하였다. 지하철이나 쇼핑몰 같이 사람 많은 곳만 피하면 그럭저럭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나는 아이의 ADHD로 결국 다시 병원을 찾고 말았다. 어떻게든 혼자 나아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이번에도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항우울제 효과로 버텨냈다.


4년 전에도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아 정신과를 찾았고, 이번에도 아이의 ADHD 치료를 혼자 맨 정신으로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다시 정신과를 찾았다. 구석까지 내몰렸건 도망쳤건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 고장 난 마음을 고쳐볼까 싶게 만드는 이유는 아이가 유일하다.


이번에는 완치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치료를 지속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기절하듯 잠만 자던 그때와 또 다른 부작용을 또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첫 약은 두통, 이번 약은 멀미하는 것 같은 메슥거림을 하루 종일 동반한다. 흡사 멀미나 입덧 같은 이 증상은 마치 식욕억제제라도 먹은 것 같이 속이 안 좋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뭘 먹어도 맛이 없고, 차가운 음료만이 좀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줄 뿐이었다.


ADHD약을 먹고 머리가 아픈 병이 생긴 것 같다며 괴로워하는 아이, 쓰러지듯 잘 자던 아이가 자정까지 잠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이미 4년 전에 항우울제의 여러 부작용과 금단 증상을 겪어보았지만 단순 감기밖에 겪어보지 않은 아이에게는 새로운 고통일 터. 부작용과 별개로 주양육자인 내가 보기에 아이의 인지적 억제력은 크게 변화가 없다. 풀배터리 검사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전히 약한 인지적 억제력에 높은 자기 중심성을 보여준다.


때때로 참 가슴이 아프다... 아이를 생각하면 4년 전처럼 아무 데서나 눈물이 나온다. 눈물샘이 고장 난 듯이 터져 나오는 이 눈물은 항우울제마저도 막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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