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준탁 Chris Yoon Apr 14. 2019

직장인은 계급장 떼면 훈련병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고민했던 경험담

1인 기업, 개인 브랜딩과 같은 주제로 한 번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원문은 길진세님의 브런치 글이다. (원문: https://brunch.co.kr/@jinsekil/18


회사 이름과 자리, 직급을 제외하면 수많은 대한민국의 직장인 중 한 명인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글을 읽고 나서 같은 고민을 했고, 나름 실천에 옮긴 경험이 있어서 직장인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어떤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적어보려 한다. 

(상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다른 분들과 함께 콘텐츠나 강연 등을 통해 풀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은 계급장 떼면 훈련병이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알겠지만, 훈련병은 이등병 계급장조차 달지 못한다.  "158번 훈련병 OOO!" 이름도 없고 계급도 없고 번호로 불린다. 직장인은 소위 계급장 떼면 훈련병과 다를 바 없다. 


A: "처음 뵙겠습니다. S사 OO사업부 기획실 OOO 차장입니다."
B: "안녕하세요. 저는 L사 홍보팀 ㅁㅁㅁ매니저입니다. S사 다니시는군요! 요즘 S사 실적 좋아서 이번에 PS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요?" 

A: "작년보다 별로 안 나온다고 하던데요. L사 홍보팀이면 거기 OOO님 계시죠?" 

B: "아! 네 저희 팀장님이세요. 원래 S사 공채 출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차장님과 친하신가 보군요."


이런 대화는 아마 수도 없이 겪었거나 목격했으리라. 회사 이름과 직급을 떼면 위와 같은 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 "안녕하세요. 에이블랩스 윤준탁이라고 합니다"

상대방: "안녕하세요, 저는 ㅁㅁㅁ 매니저입니다. 지금 L사 홍보팀에 있습니다. 혹시... 에이블랩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나: "아 네, 에이블랩스는 기본적으로 아마존과 이커머스.. 블라블라..."


나를 둘러싸고 있던 회사의 네임밸류, 보호막, 직책 등은 사라진다. 이름 모를 스타트업, 혹은 자영업자의 신분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하나씩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 흥미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름 모를 회사 이름에 관심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장인이라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단, 회사 이름과 직급 등을 제외하고 자신의 전문성, 혹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자기소개가 가능할까? 아마 대부분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군인으로 인정해주지도 않는 훈련병 신세와 다를 바 없다. 


4중대 4소대 44번인가


이제 점차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있다. 50세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혹은 임원을 달고 그 이상 근무할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이제 직장은 절대로 직장인의 평생 보금자리가 아니다.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 서점가에 이런 내용을 다루는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것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럼 직장인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고 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창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는 다니면서 만들어야 하고 사업성이 있고 내가 정글로 뛰어들 확신이 있을 때 창업을 해야 한다. 회사만큼 안정적으로 월급을 주는 곳이 어디 있나.


** 전문직이나 회사 내에서 특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를 순 있다. 이미 직장에 구애받지 않아도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경우다. 다만, 전문직도 계급장을 뗀 자신만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고민한다. 


*** 요즘엔 개인 브랜딩 만드는 법, 좋아하는 일 찾는 방법 등이 서적, 유튜브로도 많이 나와 있다. 


직장인의 브랜딩 


1.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생각해본다. 

모든 직장인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있다. 직업과 연관 있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취미와 연관 있을 수도 있다.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혹은 잘하는 일, 대상을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아이돌을 너무 사랑해서 덕질을 좋아한다면, 이와 연관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온라인에서 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엑셀을 너무 잘한다면 엑셀 강좌를 온라인 사이트 혹은 유튜브를 통해 무료 혹은 유로로 제공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잘하는 일도 없고 좋아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회사에 평생 충성하시면 된다. (저를 찾아오시라. 같이 찾아보자.) 누구나 분명히 한 가지는 있다. 잘 생각해보자. 한 예로 내가 퇴직하기 직전 친했던 선배 직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중 내가 너무 부럽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회사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 있으세요?" 선배의 답이 쭈뼛쭈뼛 나왔다. "나는 성인용품을 좋아하는데..." 


성인용품이 뭐 어때서!? 나는 선배에게 "그럼 퇴근하시고 시간 날 때 성인용품 시장 조사나 요즘 트렌드를 리서치해보세요. 분명히 블루오션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선배님이 좋아하시는 거라면서요. 회사 다니시면서 틈틈이 알아보시고 준비해보세요. 온라인에서 리뷰로 유명해지실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사업을 하셔도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이처럼 나만의 브랜딩을 만들 수 있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제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맞다. 좋아하면 오래 버틸 수 있고, 하다 보면 잘할 수 있다. 물론 좋아한다고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2. 시간을 쪼개서 실천한다. 

직장인이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문장이 있다. "아 바빠서 시간이 없어." 물론 정말 일이 많고 개인 사정이 바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은 시간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면서,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 먹고 남은 30분,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시간이 주어지지만, 이를 활용하는 건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도 지금도 아침에 눈뜨면 밤새 있었던 국내외 기사를 내가 원하는 키워드에 맞게 설정해서 날아오는 메일함을 연다. 기사를 쓱 읽어보고 필요한 내용은 바로 스크랩하거나 출근 때까지 미뤄두었다가 지하철에서 기사를 읽는다. 미국 대학원을 가려고 준비할 때는 회사 화장실에서 단어장을 외웠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9시 업무 시작 전까지 공부했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일을 어떻게 할지, 자료는 어떻게 만들지 생각했다.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반드시 시간을 정해서 일을 하거나 계획한 일을 했다. 

샤워하면서 멍 때리기 25분, 샤워 2분


아무리 직장인이 바쁘더라도 하루 중, 혹은 퇴근 후 남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정 시간이 없으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프로야구, 연예 기사 찾아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보자. 


3. 콘텐츠는 텍스트와 이미지(영상) 중에 선택한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은 지금 시대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방법인 글, 텍스트이고 최신(?) 방법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와 영상이다. 


만약 내가 글에 소질이 없다. 그럼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거나 리뷰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만든다. 만약 내가 영상도 싫고 사진도 싫다. 그럼 글을 쓰면 된다. 만약 영상도 싫고 글쓰기도 싫으면 둘 중의 하나라도 배우자. 처음부터 글을 잘 쓰고 영상을 잘 찍는 사람은 없다. 해보지도 않고서 둘 다 못하겠다, 싫다 이야기하는 건 난 짜장면도 짬뽕도 못 먹는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먹어보면 둘 중 하나는 맛있을 거다. (그래도 아니면 탕수육...)


둘 다 먹고 싶다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자. 개인적으로 내가 글을 선호하는 이유는 나는 사진도 찍기 싫어하고 영상을 찍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어쩔 수 없이 영상을 두 번 정도 찍었는데 (지금도 유튜브 등에 있다) 한 번 보고 난 후 도저히 영상을 못 보겠다. 최근에는 유튜브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몇 번 받았는데 극구 거절했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만약 글이나 영상이나 나는 정말 죽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여기서 그만하자 (저를 찾아오시라. 글쓰기를 같이 해보자).


4. 모든 일엔 테스트가 필수다. 

모든 회사일에는 테스트를 한다.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도 테스트를 하고, 소비자에게 맛보기로 보여준다. 온라인 회사는 A/B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만약, 좋아하는 일 혹은 잘하는 일로 좋은 브랜딩 소재, 아이디어가 있다면 온라인에 올려보자. 어차피 온라인에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테스트 삼아 제품 리뷰 영상을 올리거나, 글을 브런치에 올려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고, 꾸준히 개선하고 글이나 영상을 올려야 한다. 브랜딩은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꾸준히 쌓여온 경험과 글, 영상 등이 뒷받침된다. 만약 내 브랜드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다면, 다른 아이템으로 전환한다. 스타트업도 피벗을 하듯이, 개인 브랜드도 내가 다른 좋아하는, 잘하는 일을 선정해서 바꾸면 된다.

회사는 다니면서 하자 - 와비파커 창업자들


만약 사업 아이템으로 확장됐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절대 관두면 안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론칭해보자. 미국의 유명한 이커머스 스타트업 중 안경 전문 기업인 와비파커가 있다. 와비파커는 온라인으로 안경을 구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인데, 여기 공동 창업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와비파커를 만들었다. 와비파커 창업자들에게 왜 회사를 다니면서 와비파커를 만들었냐 하니 "망하면 어떻게 해요. 처음엔 확신이 없었어요. 창업이 실패해도 먹고살 수 있어야죠."라는 답변을 했다. 가능하면 회사를 다니면서 테스트해보자. 대부분 회사가 겸업 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정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 나를 나타내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판단 후에 사업을 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건 사업 아이템도 내가 좋아하는, 혹은 잘하는 일에서 시작했는 지다. 


5. 고민한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냥 장난처럼 시간 날 때 해보는 정도도 가능하겠지만, 갑자기 특정 글이나 아이템으로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내 브랜드가 되기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도 이미 충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하는 일도 내가 좋아해서, 잘하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의외로(?) 경쟁자가 많다. 때때로 나도 뒤쳐지는 느낌도 들고 불안감도 든다. 이처럼 이미 개인 브랜드에도 경쟁은 치열하다. 오히려 기업은 경쟁 기업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 있지만, 개인 브랜드 경쟁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버들이 엄청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먹방 유튜버도 누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서 할 테지만, 먹방 유튜버는 내가 아는 채널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개인 브랜드 시장이다. 평생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너무 고민이 되고 진지하게 진행된다면, 브랜드명이나 회사 이름을 먼저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소소한 재미도 되고 내 브랜드 혹은 회사 이름을 갖게 되는 설레임도 있다. 물론 실제 론칭하면 도메인으로 혹은 정식 회사명으로 쓰일 수도 있다. 다만, 브랜드명이나 내가 회사를 창업하면 이런 이름이면 어떨까? 하고 설레임 가득 찾아보면 이미 등록되어 있는 수두룩한 도메인과 회사 이름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


중요한 것 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지옥에는 헬로키티가 없다. 후회하는 당신의 모습만이.. (섬뜩)


'후회는 천국을 바라보며 지옥을 느끼는 것'

토마스 무어 


어차피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로 브랜딩을 만들기 시작했다. 후회할 필요 없다. 후회가 들 때쯤, 다른 하나 더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로 브랜딩을 만들기 시작하면 된다. 한 번에 나만의 브랜딩을 만드는 건 어렵다. 여러 시도를 거쳐 그중 하나 성공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 실천한다. 


지금도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은 항상 하고 있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직장인은 피곤하다. 잘 안다. 나도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해봐서. 그런데,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침 내일 월요일이다. 모든 직장인이 피곤하겠지만, 10분만 시간을 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러고 나서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된다. 어차피 월급은 들어오고 있고, 퇴직하려면 아직 시간은 남았을 테니까.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실 겁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주위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관련 글 : 직장인들에게 글쓰기를 추천 하는 이유

https://brunch.co.kr/@sirhc118/9

작가의 이전글 맥주업계를 혁신하는 스타트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