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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탁 Chris Yoon Dec 31. 2021

음악 산업은 리스너(Listener)가 이끌어야 한다

L2E(Listen to Earn)와 리스너 경제학

기존 음악 산업의 경제활동


음악 산업에서 수익을 얻는 주체는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 저작권협회, 스트리밍 플랫폼 등이다.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와 작사가,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는 가수와 연주자들은 당연히 수익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음반을 제작 및 유통하는 음반사, 저작권리를 관리하는 저작권협회나 노래를 재생해 들려주는 스트리밍 플랫폼도 수익을 얻는 주체가 맞다. 음악 창작물을 만들고 유통하는 주체(공급자)가 수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창작자는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작업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업이다. 결과물은 음반으로, 스트리밍 사이트로 재생되고 리스너(소비자)가 이를 소비한다. 리스너는 음반을 사면서 돈을 지불하고 스트리밍 구독 요금을 지불한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비롯한 중개자는 구독 요금을 비롯해 광고 등으로 매출을 올리고 저작권료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분배된다.


그런데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구독 요금을 지불하면서 소비하고 덕질과 소셜 활동을 통해 자발적인 마케팅을 하는 주체인 '리스너'는 아무런 수익이 없다. 창작자는 공급자, 리스너는 소비자라는 전통적인 경제 활동 측면에서는 당연한 구조로 보인다.


하지만, 음악 산업이 발전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리스너에게서 나온다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프로 운동선수가 높은 연봉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스포츠 팬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논리). 리스너가 듣지 않는 음악은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빛을 발할 수 없다 (물론 음악은 개인 취향에 크게 좌우되므로 좋은 음악을 인기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튼 음악 산업을 키우는 가장 큰 주체는 창작자와 리스너다.


가수(창작자)와 팬(리스너)


그렇다면 창작자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전부인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음악 산업에 불어온 혁신의 바람


음악 산업의 가장 큰 2개 축인 창작자와 리스너. 여기서 리스너는 음악을 소비하는 만큼 수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할까? 지금까지는 그래 왔다. 아무리 오랜 시간 음악을 듣고 소비해도 모든 수익은 창작자에게 돌아간다. 앞으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창작자는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불공평하게 산정되는 정산 방식 때문에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 관련한 움직임이 바이브(VIBE)에서 추진한 신규 음원 저작권 정산 시스템이다 (물론 어느 방식이 정답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으며 장단점이 있다).


창작자의 수익이 아닌 리스너의 관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리스너 역시 음악 산업의 가장 큰 기여 주체 중 하나로 소비자가 아닌 소비&수익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은 창작자를 비롯해 중개 플랫폼 등의 수익을 빼앗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음악 청취와 관련한 모든 소비 활동을 통해 리스너가 음악을 청취한 만큼, 이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새로운 판에서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존 공급자 관점의 정산&수익 구조는 그대로 유지해도 무방하다, 소비자 관점의 소비&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음악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슷한 생각으로 2017~2018년도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음악 프로젝트가 여럿 등장했다. 저작권 관련 정산을 블록체인으로 처리한다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망했다. 왜 망했을까? 가장 큰 이유 2가지를 꼽자면 기존 음악 시장의 저작권 정산 구조를 뿌리째 흔들어서 바꿔보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접근 방법, 실제로 리스너 커뮤니티는 확보하지 못하고 ICO 등을 통해 토큰만 판매하고 입 싹 닫고 런(Run) 했던 상황.


이후에도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디우스(AUDIUS)라는 프로젝트가 탈중앙화 음악 공유,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심을 받고 있다. 중개자 없는 음악 콘텐츠 거래와 이를 통한 수익 구조 창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웹 3.0과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다.


AUDIUS 프로젝트



리스너 경제학과 L2E 모델


다시 돌아와서, 소비자 관점의 리스너를 위한 수익 구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리스너 커뮤니티 기반의 L2E (Listen to Earn) 모델이 필요하다. 리스너가 음악을 소비하고 활동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지고, 이를 다시 소비하면서 지속적인 리스너 중심의 경제 활동을 만들 수 있다. 리스너 중심의 경제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는 기존의 창작자 경제 활동과 맞물린다. 리스너 중심의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음악이 음반, 스트리밍 시장에서 소비되고 기존 창작자의 수익 증가, 중개자 및 관련 이해관계자의 수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리스너에게는 그럼 어떻게 수익을 줄 수 있는가? 그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는가에 대한 답은 이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서비스에서 높은 MAU를 기반으로 B2B 광고 매출로 수익원을 만들거나, 마케팅 활동과 제휴, 직접 음원 유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 발행과 보상 체계도 재원 마련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 관련 활동을 하면서 리스너가 Listen 한 만큼 보상을 Earn 하고 이를 다시 소비하는 구조는 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 구조처럼 볼 수도 있다. (아마존의 플라이휠을 생각하면서 리스너 플라이휠을 생각해봤는데 작동하는 구조가 가능할 것 같다.)


리스너 플라이휠 1.0


지금까지 음악 산업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오고 다듬어진 음악 산업의 경제 활동 및 근간을 통째로 바꿔보겠다는 급진적(Radical)인 접근 방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이 꼭 혁신적인가? 그렇지 않다. 점진적인 혁신도 혁신의 방법이며, 기존 음악 생태계에 'add value'하면서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의 수익구조에 추가로 소비자 중심의 수익구조를 더해 더 큰 경제 활동의 판을 만드는 것이 혁신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음악 산업에 새로운 경제활동이 추가되는 리스너 이코노미, 리스너 경제학 (The Listener Economy) 혹은 리스닝의 경제학 (The Economy of Listening)이라 정의한다. 리스너 이코노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3요소가 필요하다.


리스너 경제학의 3요소: 음악, 커뮤니티, 경제활동.


음악은 음원, 음반, 스트리밍 등 콘텐츠를 의미하며, 커뮤니티는 일반 음악 청취자부터 아이돌 팬 등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모든 주체, 경제활동은 L2E 모델 기반의 보상 구조와 광고, 마케팅을 통한 매출, 저작권료 등을 의미한다.



이미 음악, 커뮤니티가 준비되어 있다면 L2E 모델 기반의 보상과 경제활동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L2E는 각 서비스, 회사마다 정의와 진행 방식은 조금씩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L2E 모델을 아무리 잘 설계하더라도 결국 커뮤니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리스너를 위한 새로운 경제 활동은 동작할 수 없다. L2E 모델과 커뮤니티의 활동이 잘 연계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L2E 모델은 보상 지급을 위해 블록체인에서 설계되는 것이 적합하고, 어떠한 기술과 보상 체계를 가져갈 것인지는 이를 추진하는 주체에게 달렸다. 더욱 중요한 건 이러한 L2E 모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동참할 커뮤니티다.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다.





생각보다 글이 매우 길어졌다. 요약하면,


1. 음악 산업의 주체는 창작자와 리스너다.

2. 지금까지 음악 산업에서 창작자, 이해관계자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기존 음악 산업의 경제 구조에 리스너를 위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더한다.

4. 리스너를 위한 경제활동은 기존 산업에 가치를 더하는 점진적 혁신이다.

5. 이를 위해 L2E 모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현재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서비스 중인 '핀플리(Pinply)'는 L2E 모델과 리스너 경제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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