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in Plain Sight)
등잔 밑의 요새 (Hidden in Plain Sight)
LY는 허탈했다. 그녀를 찾는 데 필요한 건 흥신소나 사설탐정이 아니었다. 그
저 포털 사이트 검색창 하나면 충분했다.
[00대학교 시각디자인과 / 공모전 대상 수상] [XX 광고기획사, 올해의 라이징 마케터 선정]
모니터 화면 가득 그녀의 이름과 이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그녀가 어느 평범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결혼했다'는 그 헛소문에 갇혀,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자신의 미련함에 LY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숨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치열하게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가정을 꾸리는 대신 자신만의 요새를 쌓고 있었다. '대형 광고 기획사 대리'. 입사 동기들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평판, 지독한 워커홀릭,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기가 막히게 파악해내는 차가운 이성.
"사랑 대신 인정을 택했구나."
LY는 모니터 속, 시상식에서 무표정하게 상패를 들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아버지를 잃고 세상이 부질없다 느꼈던 소녀는, 죽음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것, 즉 '커리어'와 '성취'에 매달렸을 것이다.
감정을 거세한 대가로 얻은 완벽한 업무 능력. 그것이 지금의 그녀를 지탱하는 뼈대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의 '감정'을 두드리는 건 실패했지만, 그녀의 '욕망'을 자극하는 건 쉬웠다. LY는 전화기를 들었다.
"김 비서, 이번 신규 프로젝트 광고 대행사 입찰 리스트 가져와. 그리고 XX 기획사 1팀 스케줄 확인해."
이제 그는 옛날의 힘없는 소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