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기억

(Missing Data)

by 자기계발중독자

10. 같은 공간, 다른 기억 (Missing Data)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회식 자리가 이어졌다. 장소는 회사 근처의 고급 고깃집이었다.

LY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집게와 가위를 든 그는 능숙하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요?"

LY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그녀의 앞접시에 무심하게 툭, 올려놓으며 말을 건넸다.

"옛날엔 네가 나 고기 발라줬는데. 내가 도련님이라 이런 거 할 줄 모른다고 놀리면서."

그녀는 소주잔을 채우다 멈칫했다.

"제가요? 기억 안 납니다. 저는 남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우린 셋이서 자주 다녔어. 나랑, 내 친구 K랑, 그리고 너. 학교 앞 감자탕집, 막창 골목, 삼겹살집... 일주일에 세 번은 만났지."

LY는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특히 그 감자탕집 기억나? 2층에 있었고, 입구에 빨간 간판 있었잖아. 넌 항상 거기서 뼈다귀 추가를 외쳤고."

그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데이터베이스 검색 중... [키워드: 대학교, 감자탕집, 빨간 간판].

"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게는 알아요. 학교 정문 앞에 있던 24시간 식당 맞죠? 건물 2층이었고."

LY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기억나는구나?" "네, 그 식당이 맛집이라 유명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고기를 입에 넣으며 담담하게 선을 그었다.

"제가 그곳을 당신, 그리고 당신 친구와 함께 갔다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저는 그 식당을 동기들과 갔거나 혼자 갔을 겁니다. 당신과 함께 웃고 떠들었다는 그 장면은... 제 머릿속엔 존재하지 않아요."

LY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장소는 팩트다. 하지만 추억은 허구 취급을 받는다. 그는 기억한다. 그녀가 썼던 모자의 색깔, 취해서 혀가 꼬이던 목소리, 3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걷던 그 밤의 공기까지. 하지만 그녀에게 그 모든 것은 '삭제된 파일'이었다.

"너무하네."

LY가 쓴웃음을 지으며 소주를 들이켰다.

"나만 기억하는 건, 너무 외롭잖아."

그의 목소리가 고기 굽는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렸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옆얼굴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아주 잠깐, 심장 부근이 찌릿했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소화불량'이라고 정의하고 물을 마셨다.

#11. 야근, 그리고 온기

회식이 끝나고 며칠 뒤, 마감을 앞둔 그녀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똑똑. 유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LY가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갑질하러 온 거 아니니까 긴장 풀어."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들어왔다.

"지나가다 불 켜져 있길래. 너 저녁 안 먹고 일하는 거 뻔해서."

그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건 따뜻한 우유와 샌드위치였다. 그녀는 모니터 빛에 반사된 그의 얼굴을 보았다. 20년 전에도, 그는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 챙겨주곤 했을까? 기억나지 않는 그 시절의 내가, 이 남자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까.

"고맙습니다."

그녀가 뻣뻣하게 인사하자, LY가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일 잘하는 건 좋은데, 너무 무리하진 마. 예전처럼... 아프지 말고."

그의 눈빛은 상사로서의 격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연인을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집착에 가까운 염려였다.

"저는 튼튼합니다." "알아. 겉으로만 센 척하는 것도."

LY가 손을 뻗어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스킨십이었다. 그녀는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닿은 귀 끝이 데일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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