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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실 Aug 16. 2023

한국 아파트의 구조와 인테리어

우리는 아파트라는 형태의 건물 안에서 어떻게 집을 꾸미고 있는지

지난 회차의 글에서 우리나라에서 집을 꾸미는 행위를 한다면 아파트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아파트라는 주택의 특성은 어떻게 되고, 실제로 집을 꾸미는 데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https://brunch.co.kr/@sirigo/3




특징 1. 일률적인 평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면도가 일률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집을 꾸미기 위해 각종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아무리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한다고 해도, 국내 사례가 아니라면 적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외의 훌륭한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국내외의 다양한 시공 사례를 싣는 잡지 모두 독자들의 반응은 똑같다.

- 예쁘기는 한데,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는 실현시키기가 어렵네요.

- 인테리어가 괜찮아서 보다 보니깐 역시나 외국이었네요.


인테리어 사례 공유, 제품 판매, 이사·시공업체 연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오늘의 집이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을 꾸미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에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궁금했던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었다는 것이다. 해당 플랫폼은 유저들의 사례를 주거형태, 평수, 가족형태, 인테리어 스타일에 따라 공유할 수 있게 했고, 어느덧 집 꾸미기와 인테리어 앞둔 이들에게 아이디어 뱅크가 되었다.


헬리오시티 32A(107.97㎡/84.98㎡) 평면도(확장형) ⓒ네이버부동산


32A타입형은 헬리오시티 33평의 5,132세대 중 731세대를 차지하고 있다. 위의 평면도는 국평이라고 하는 32~34평 아파트 평면도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1) 물론 아파트 평면도 역시 시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변형이 되었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비슷하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화장실과 방이 하나 있다. 현관에서 집의 가장 안쪽으로 가는 통로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식당이, 그리고 반대편에는 거실이 있다. 그 통로를 죽 가로질러 가면 한쪽에는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이, 그리고 반대편에 또 하나의 방이 있는 식이다. 보통 안방과 거실은 남쪽을 바라보고, 이렇게 되면 부엌과 안방 맞은편의 방은 북쪽을 향하게 된다. 요즘은 여기에 알파룸, 팬트리가 별도로 구획된 형태도 많이 볼 수 있다.


평면만 유사한 게 아니다. 고가의 일부 아파트가 아닌 이상, 입면에서 보는 아파트의 천고는 보통 2.2~2.3m 가량이다.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평면도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집의 형태에 큰 변주가 없다는 것은 이사를 갈 때마다 해야 하는 고민의 범위와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평수만 동일하다면 기존의 집에 있던 가구가 새로운 집의 동일한 위치에 배치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고, 집주인이 해야 하는 노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다만 대부분 집의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가 비슷비슷해지는 것은 조금 심심한 일이 맞는 것 같다.




특징 2. 벽식구조


아파트 바닥 구조 분류 2)


두 번째 특징으로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벽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장의 보와 기둥이 구조체로 작용하고 있는 기둥식 구조와 달리, 벽식 구조는 벽 자체가 구조체로 작용한다. 기둥을 활용하지 않고 벽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벽을 헐어 공간을 튼다거나 하는 식의 구조변경이 어렵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면 관리실에 내력벽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그래도 비슷한 구조로 건설·분양되는 아파트에서 구조 변경을 할 수 없다니. 대부분 유사한 구조의 집에서 살아가는 데엔 벽식구조 역시 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Vitsoe 선반이 있는 벽 ⓒVitsoe


우리나라 인테리어의 특성 중 하나는 벽을 꾸미는 데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벽 한 면을 빼곡히 채우는 선반형 책장, 장식물을 올려놓기 위한 선반, 행잉 플랜트는 한국의 아파트 안에서 보기 어렵다. 액자 하나를 달 때에도 못을 박는 것보다는 액자레일을 선호하고, 웬만큼 가벼운 무게의 장식품이라면 꼭꼬핀을 활용한다.


전세 제도가 발달된 한국에서는 전세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원형 복구의 의무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비단 전세가 아닌 자가라도 할지라도, 아파트의 환금성과 교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집주인들로서는 내 집이라도 못을 사용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벽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형태의 집 꾸미기 문화에는 벽식 구조의 아파트 역시 한몫할 것이다.




특징 3. 3 bay의 오픈형 구조


우리나라의 아파트 평면도가 획일적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이 표준이 되는 설계 도면은 어디에서 왔을까? 유현준 교수는 한옥의 형태가 그대로 고층 주거건물로 옮겨지면서 3 bay의 아파트 구조가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거실은 ㄷ자 한옥의 마탕이 탈바꿈한 것이라고 한다. 3)


[왼쪽] 중부지방 한옥의 구조 ⓒ서울한옥포털 / [오른쪽] 헬리오시티 32A 평면도(시계방향 회전) ⓒ네이버부동산


왼쪽의 평면도는 중북지방의 ㄷ자형 한옥이다. 안방과 건넌방이 마주 보고 있고, 안방 또는 건넌방 앞의 부엌, 그리고 현관 쪽의 방 하나까지 지금의 아파트와 닮아 있다. 한옥의 대청마루, 그리고 마당이 있던 공간은 거실이 되었다. 안방 - 대청마루(마당) - 건넌방의 3 bay의 한옥은 메인침실 - 거실 - 침실의 3 bay로 옮겨졌다.

 * bay는 건물의 전면부 발코니(채광이 가장 우수한 방향)에 면하고 있는 구획공간(침실, 거실 등)의 수를 말한다.


한옥에서의 모든 방은 당연히 마당으로 연결된다. 마당에서 다 같이 김장을 담그다가 시어머니는 허리가 아파 잠시 안방에 들어가 10분간의 휴식 끝에 다시 대청마루를 지나 마당에 나올 것이다. 큰 아들과 그 아내의 자식은 건넌방과 텃마루, 그리고 마당에서 김장 일을 하는 엄마 사이를 왔다 갔다 뛰어다니며 놀 것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작은 아들은 귀가 후 대문에서 바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 짐을 두고 나와 김장에 합류할 것이다.


방을 제외한 나머지의 공간이 거실이 되는 이러한 개방형의 구조는 현대 아파트에서도 똑같다. 해외의 아파트 구조를 보며 특히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현관에서 이어지는 복도에 방이 달려 있고, 그중 가장 큰 방문을 열었을 때 living room 또는 family room이 나오는 구조였다. 방문을 열자마자 바로 거실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거실 역시 하나의 커다란 방에 불과하다니.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hallway라는 개념이 없다. 나 역시 해외의 가구 사이트를 몇 시간이고 쇼핑하며 hallway chest 또는 console과 같은 가구는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 가구인건지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 hallway: 복도, hallway chest: 현관에서 이어지는 복도에 두고 각종 자잘한 비품을 수납하는 폭이 매우 좁은 형태의 서랍, console: 주로 현관 또는 복도에 두는 가슴·허리까지 오는 높이의 테이블로, 주로 장식품이나 외출 시 필요한 물품을 올려 두는 용도로 쓰임


[왼쪽] 분당(서현) 시범단지 삼성한신 아파트 32평 평면도 ⓒ네이버부동산 / [오른쪽] 수원 광교 중흥 S클래스 35평 평면도 ⓒ네이버부동산


그런데 요즈음은 전통적인 3 베이의 한옥형 정사각 구조에서 조금 달라진 평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33~35평형대에서도 현관에서 들어올 때의 방향이 거실을 바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방의 벽면을 향하게 하고, 현관 쪽에 방을 하나 더 두어 일종의 복도 공간(hallway)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세 개의 방과 거실 모두 건물의 전면부에 위치하게 됨에 따라 3 베이가 아닌 4 베이가 되며, 집은 좀 더 직사각의 형태로 변한다.




집 꾸미기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두 가지의 구조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과거 3 베이의 구조에서는 현관을 들어서면 집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시야각이 매우 크다. 요새 인기를 끌고 있는 4 베이의 구조에서는 현관에서 들어왔을 때에 방의 벽면이 보일 뿐, 집 전체의 풍경은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야 나오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존의 구조를 '거실이 개방되어 있는 구조', 최근의 4 베이 구조를 '거실이 은폐되어 있는 복도식 구조'라고 부르고 있다.


가벽(파티션)을 세워 거실과 구분한 현관 공간 ⓒZip Story on 오늘의 집


이 두 가지 구조에 대한 호불호는 꽤나 명확한 편이다. 누군가는 시야각이 넓은 기존의 아파트가 시각적으로 더 트인 느낌에 시원하다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이는 이런 오픈된 공간이 재미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현관의 신발이 놓여 있는 곳과 중요한 공간이 거실이 바로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집에 들어온 후 전실(前室)이 되는 공간, 즉 아무런 완충지대 없이 바로 거실로 진입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기존의 3 베이형, 또는 2 베이형 집을 꾸미게 될 경우에는 현관과 거실 사이에 가벽이나 높은 수납장을 세워 두 공간을 구획하는 데에 꽤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두 가지 구조 모두 어찌 되었건 거실이 주인공이 되는 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방에서 문을 열면 보이는 거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전이공간 없이 거의 바로 나타나는 거실이라는 공간은 집 전체의 인테리어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거실만 어느 정도 꾸며졌다면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특징 4. 4~5인 가족 중심의 아파트


대한가족계획협회 포스터(1973년) 4)


전용면적 84의 아파트는 어떻게 국평이 되었을까. 이는 7~80년대 경제팽창과 함께 아파트가 최적의 주거지로 선택받아 공급되던 시기의 인구 정책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지금은 '1인 가구의 소비 잡기', '20~30 영 앤 리치가 백화점을 먹여 살린다', '텐포켓 5)이 열린다.'라는 말이 익숙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부 2인, 그리고 2~3인의 자녀가 있는 4~5인 가족이 사회, 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84㎡를 평수로 환산하면 대략 25평 정도가 된다. 즉, 당시 1인이 생활하기에 약 5평 남짓한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계산했고, 5인 가족에게 적합한 집 한 채의 면적은 전용면적 25평, 공급면적 32평의 아파트가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4~5인 가족을 위한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가 딸린 전용 84㎡ 면적의 아파트는 '국평'으로 기능하고 있고, 화폐로 치자면 가장 많이 쓰이는 '만 원짜리' 지폐가 된 것이다.




그래서 4~5인 가족을 중심으로 한 국평의 아파트가 집 꾸미기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 하나의 가족을 상정한 84㎡ 아파트에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안방, 자녀들을 위한 나머지의 침실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가 없는 부부, 자녀가 있더라고 외동으로만 둔 가족이 늘어나면서 2~3인의 가족이 32평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때문에 Master bedroom이 되는 안방을 부부가 활용하고, 나머지 방은 서재, 취미 방, 게임이나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나아가, 안방을 안방으로 활용하지 않기도 한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안방에서는 수면만을 취할 뿐,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가장 큰 방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재택근무가 잦거나, 집 안에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의 경우 안방에 커다란 우드슬랩 책상을 두어 꾸밀 수 있다. 이런 경우, 남향의 서재에서 햇볕을 더 많이 받고, 북쪽의 좁고 아늑한 방을 침실로 활용함으로써 공간 활용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패션을 좋아하고 옷의 가짓수가 많은 사람은 안방을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싶을 수 있다. 다만 남향의 안방은 옷을 수납하기에 부적절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안방(가장 큰 방) - 중간 크기의 방 - 가장 작은 방'이라는 규모적 위계 관계가 있는 집에서는 친구 몇 명이서 집을 셰어할 때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역시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다.




특징 5. 새시와 난간, 그리고 에어컨



또 한 가지 특징으로는 통창의 두터운 이중섀시와 방충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계절 간의 기후 차이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특성 상 섀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리모델링 인테리어 비용의 반의 반은 창호 교체 비용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아파트 난간 ⓒ승일실업


또, 고층의 건물에 발코니를 활용하지 않고, 베란다 또는 베란다 없는 거실 확장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이 필수적이다. 보통의 난간은 쇠 파이프 재질로 되어 있으며, 좀 더 고급화하여 유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유리 난간을 활용하면 인테리어 관점에서는 개방감을 확보하기 좋지만, 깨질 위험이 있고 사다리를 활용한 이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집을 꾸민하면 아파트라는 옵션은 피할 수 없다. 보통 아파트는 25평 정도의 실사용 먼적으로 공급되며, 벽식 구조를 채택하기 때문에 거실과 방들 사이에 고정된 벽을 두고 있다. 또, 거실과 안방을 중심으로 한 비슷한 평면도를 갖고 있으며 견고한 창호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이 아파트 안에서 생활하고 비바람을 피하고 있으며, 나만의 포근한 집이 될 수 있도록 집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1) 이번 글에서는 헬리오시티의 평면도를 여러 번 인용할 예정이다. 현재(2023년) 기준,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그 대표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32A타입의 경우, 실제 공급면적은 107.97제곱미터로 32.66평 가량으로 환산되기에 32평 또는 33평으로 섞어서 기술했다.

2) 매일경제 기사 / https://www.mk.co.kr/news/realestate/10797718

3) 셜록현준 에피소드 / https://youtu.be/iAGiCuLK98o

4) 뉴스데일리 기사 / https://www.news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71109

5) 출생률이 낮은 요즈음,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지인, 친척 등 열 사람 이상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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