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에 대한 다른 해석
<킨포크>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노블레스 매거진과 같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공간에 항상 킨포크 매거진이 소품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여유'가 '럭셔리'라고 말한 메시지가 한국에서는 금전에서 오는 여유라고 해석한 듯했다.
하지만 킨포크가 말하는 여유는 삶을 대하는 내면적인 자세 즉, 마음의 여유를 말한다. 그 여유로운 마음 챙김이 킨포크가 추구하는 슬로니스(Slowness), 슬로 라이프(Slow life)이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대학 동창인 네이선 윌리엄스와 케이티 설 윌리엄스 두 커플이 동네 이웃 및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일상을 수록하는 내용의 잡지를 만들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가족, 친구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고 대화하며 일상 속에서 의도와 목적을 품은 삶을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가이드북> 콘셉트의 독립 잡지이다.
슬로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스토리텔링 해온 킨포크는 음식과 대화의 영역을 넘어 디자인, 공간, 패션, 여행, 문화 등으로 테마가 확장되었다.
킨포크의 사전적 의미는 친족을 뜻하지만, 본뜻에서 더 나아가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의 방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킨포크가 지향하는 슬로 라이프 스타일이다.
킨포크의 또 다른 매력은 사진이다. 사진들을 보면 무드에서 통일감이 느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 정보 없이 사진만 보더라도 킨포크 스타일의 사진을 금방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킨포크는 사진을 통해서도 슬로 라이프 스타일을 전하고 있다. 사진의 주요 특징들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살펴보자.
킨포크의 지향하는 슬로 라이프는 있는 그대로, 여유를 즐기는 삶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에서도 자연광과 공간의 여백을 최대한 살리면서 촬영하여 미니멀한 연출을 선보인다.
킨포크는 패션 테마가 아니면, 최대한 원색 촬영을 자제하는 편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컬러들을 보면 주로 자연에서 추출한 듯한 색감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현란한 색감이 많지 않은 편인데, 대신 과일이 가진 원색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공의 색채가 아닌 자연의 색채로 사진을 채우는 것이다.
인위적인 것을 지양하다 보니, 모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쳐다보지 않는다. 사진을 보는 사람(나)을 주목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들고 사진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골격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매력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촬영 앵글을 위해 인위적으로 뭔가를 계속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최대 만족을 이끌어낸다.
몸에 딱 붙는 옷은 신체를 긴장하게 만들고 신경 쓰이게 만들곤 한다. 이는 곧 '편안함', '자연스러움'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킨포크는 붙는 옷의 의상 연출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킨포크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여유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촬영하는 경우, 앵글에 비중 있게 담아내는 편이다.
익숙한 것을 확대해 보면 생경해질 때가 있다. 킨포크는 그러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어 그 존재를 상기시켜 준다. 너무 당연해져 존재감을 잃은 것들, 그래서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붙잡아 그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내가 닿고, 보며, 가지고 있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평안에 이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킨포크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하여 사색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매거진과 같은 아티클에서 사진은 보통 글에 이해를 돕는 보조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킨포크 매거진 속 사진은 아티클과 동등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 고민일 때 킨포크를 레퍼런스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