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같으면 오늘은 회식날이었는데
직장 상사의 부친상으로 퇴근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가는 발걸음은 참 어렵다.
어렸을 땐 나이가 먹어가면 점점 갈 일이 많아질 테니 익숙해질 거라 생각해 왔는데 전혀 아니다.
서툴다.
부의금 봉투에 소속을 적으면서 횡으로 적을지 종으로 적을지부터 버벅거렸다.
어떤 위로를 어떻게 건네면 좋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식사를 할 때도 어떤 표정과 시선으로 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였는데 오늘은 상주와 조문객으로 낯선 곳에서 마주하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토요일에 중요한 계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며칠 미룰 수 있었다고 했다.
덤덤하게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얼마나 힘이 들지 느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치만 보다가 돌아온다.
엄마 손을 놓친 아이처럼 불안하다.
아직 나는 모르는 게 많다.
우리 모두 피해 갈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한데
과연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2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