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사는 아기
300일 아이는 이래요
어느덧 생후 300일이 가까워졌다. 아이는 점점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있다. 각 발달 단계마다 아이의 모습은 다르다지만, 돌을 앞둔 이 시기 아이는 하루하루 더 달라 보이는 것 같다. 아이의 작은 변화를 촘촘히 기록하고자 했던 내 목표는 사실 어려운 미션이다! 물론 쉽게 생각하고 덤비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어렵다. 아이를 보는 내가 어른의 눈으로 아이를 볼 수밖에 없어 더 그런 것 같다. 의식적으로 아이와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이면 300일이 되는 아이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건 무엇이든 짚고 서는 일이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주위를 탐색해 작은 몸을 지탱할 곳을 찾고, 양 발로 서는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에 위태위태해 보이던 모습이 근래에는 꽤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 벌떡 서는 일이 벌어진다는데, 상상만 해도 놀랍다! 아이가 새로 뭔가를 해내는 모습은 내가 뭔가를 해낸 것보다 더 큰 감동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기가 하나씩 뭔가를 해내는 게 신기해서 그렇다!
딱히 가르쳐주지 않는데도 하나씩 해내는 '여전히' 작은 아이를 보면 신통방통하다. 물론 그 시기 아이가 모두 같은 변화를 겪는 게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감사하다! 건강하게 오늘을 충실히 살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는 "엄마, 아빠, 맘마"는 꽤 정확한 발음으로 그 목적에 맞게 구사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혼자 앉아 잠자리에서 뭔가를 하며 놀다가 보채지 않고 엄마, 아빠를 부르는 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매일 아침 그 소리를 듣고 귀여운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함께 환하게 웃는다. 덕분에 몸을 일으키기 힘든 아침을 웃으며 시작하는 셈이다!
요즘 아이 덕분에 웃는 일이 꽤 많아졌다. 과거와 다를 게 없는 어른의 일상과 달리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 모습을 보며 우리는 크게 웃고 떠든다. 아이가 하는 짓이 귀여워서, 신기해서, 또 아이를 달래거나 잠시 다른 곳에 관심을 끌려고 웃는다. 아이는 우리가 웃는 걸 보고 듣고, 또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한 바탕 웃고 나면 꽤 시간이 흘러 있다. 새벽 6시 전후로 일어나는 '아침형' 아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눈꺼풀이 무거워 제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를 보고,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큰 행복이다!
근래 하나 더 신기한 점은 "근데, 근데..."라는 소리를 계속 반복해 낸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그렇게 들리는 것인데, 아이가 정확히 어떤 소리를 내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시기 아이는 자신이 내는 소리가 신기해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한다. 때때로 어떤 목적에 맞게 소리를 내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처럼 아이 발달에 대한 정보는 찾아봐도 부질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그걸 알아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또 아이마다 성장세가 달라 더 그런 면도 있다. 때문에 '아, 그렇구나!' 하는 순간은 있지만 대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긴다.
출생 후 가만히 누워만 있던 아이가 언제 커서 온 집안을 놀이터 삼아 기어 다니는지 모르겠다. 또 언젠가는 이렇게 기어 다니던 아이가 걷고 뛰는 모습을 보게 될 테다. 당연한 일로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매 순간 뭔가를 해내기 위해 애쓰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놀랍다. 약 2.6킬로그램, 46센티미터로 태어난 아이는 이제 8.5킬로그램, 80센티미터 가까이가 됐다! 300일 사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몸무게는 거의 세 배, 키는 두 배가 된 셈이다. 앞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기뻐할 날들을 상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막연히 불확실한 내일을 걱정하며 일상을 버티는 어른에게 아이가 주는 행복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채우는 아이는 어른인 부모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은,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하고 다른 이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게 다 부질없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