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사진도 잘 찍어요!
10개월에 찍은 돌 사진
지난 6월 말, 돌 사진을 찍었다. 돌 사진은 보통 걷기 전에 찍는다고 해서다. 돌 전후로 걸음마를 시작하는 성장에 맞춰 돌 사진 촬영 계획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개월을 넘기며 말과 몸짓으로 더 분명히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 또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보이는 것마다 붙잡고 서는 '서기 지옥'이 시작된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처음 두 발로 선 모습에 비해 요즘은 한층 안정된 모습으로 붙잡고 서는 동작을 반복한다. 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로 몸을 360도 회전시키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다. 날이 갈수록 동작의 속도가 빨라져 더 그렇다.
손녀의 첫돌에 대한 양가 부모님의 기대를 접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각자 부모님께 돌잔치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를 위해 좋은 시간을 갖는 의미 이상의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한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요즘은 돌잔치가 드물기 때문에 사실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상식에 반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대개 그렇지만 "00 이는 돌잔치를 한다는데, 왜 너는..." 이런 반응이다. 돌잔치에 초대받은 기억이 언젠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부모님들 세계에선 그렇지 않은 듯했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 돌잔치만 해도 돌잔치를 안 하려고 하니 첫돌을 각자 방식으로 뜻깊게 채우는 이들도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돌잔치를 하는 게 잘못됐거나 시대착오적이란 의미도 아니다. 다만, 모두가 돌잔치를 해야 하는 건 아니란 뜻이다. 어쨌든 돌잔치 논란이 일단락되자 이에 대한 대체재가 필요했다. 우리는 첫돌을 맞는 아이의 모습을 예쁘게 담아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여러 경로로 돌사진을 찍을 스튜디오를 찾았다. 출생률 0.78명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스튜디오는 많았다.
물론 우리가 서울이란 비교적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곳에 살고 있어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돌 사진을 찍기로 한 곳은 안국동에 있는 한옥 스튜디오였다. 실제 가보니 한옥을 개조해 만든 촬영장으로 방이 다른 배경으로 꾸며져 있었다. 돌 사진 촬영일에 맞춰 휴가를 낸 우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랜만에 둘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촬영 중에 벌어질 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면 아이가 사진작가가 원하는 포즈를 쉽게, 단번에 취할 가능성은 제로여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돌 사진 촬영이 처음이라 예상치 못했다.
당일 오후, 사진 촬영에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일찍 찾은 우리는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촬영 장소까지는 20분 내외가 걸려 가까웠다. 0세 아이가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수시로 바뀌는 아이 컨디션을 고려하면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행운이었다. 로지스틱 차원에서 고려할 게 많은 데, 적절한 곳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일에는 변수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지기 때문에 미리 예상 가능한 범위에선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정오까지 쏟아지던 폭우는 멈췄고 콧물을 흘리던 아이 컨디션도 괜찮았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후, 촬영까지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사진작가, 촬영을 돕는 직원 두 분이 촬영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선택한 패키지는 4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 촬영이었다. 촬영 배경을 총 세 가지 정하고, 아이가 입을 한복을 골랐다. 우리는 패키지로 기본 프로필, 한옥 씬, 돌상 신을 골랐다. 물론 아이에게 한복을 갈아입히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이가 처음 보는 이들이 옆에 있어서 다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돌 전후 아이는 낯가림이 생기는 때라 처음 보는 이들과 편하게 있지 못한다.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 아이는 주변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여기서부터가 촬영의 진수다. 총 1시간가량 이어진 사전 준비부터 돌 사진 촬영은 아이가 얼마나 편한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중요해서다. 사진작가와 직원분은 아이가 긴장을 풀도록 아이 앞에서 각종 재롱(?)을 부렸다. 동요를 부르고, 아이 이름을 외치며 소품을 이용해 아이가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도록 유도했다. 이는 잠깐 겐 하늘처럼 아이가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는 생각에 위태롭기만 했다.
두 분이 정성으로 달랜 덕에 아이는 무난하게 촬영을 마쳤다. 우리는 스튜디오 보조 직원처럼 아이를 잡고 있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의 일을 도왔다. 그렇게 한바탕 아이를 달래면서 이뤄지는 촬영은 순식간에 끝났다. 촬영 중에는 아이의 어떤 모습이 사진에 담겼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을 눈에 담느라, 또 촬영 작가분의 현란한 개인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없이 끝난 아이의 돌 사진 촬영에 여러 어른들이 고생했지만, 아이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스튜디오 환경에서, 모르는 어른들 앞에서, 어색함을 떨쳐내느라 고생했을 게 뻔해서다. 늘 그렇듯 사진은 눈으로 담는 것보다 못하지만, 이번 돌 사진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