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첫 돌을 보내며
"육아란,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 내던져진 부모란 미약한 존재가 부질없는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그 계획을 수정하는 일의 연속이다."
아내 복직 후, 빠르게 한 달이 흘렀다. 휴직한 아내가 아이를 돌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린 금세 새 환경에 적응했다. 아니, 최대한 빨리 적응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이 돌아가지 않았다. 둘이서 짧지만 한 달간 맞벌이 육아를 해보니 새삼 서로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각자 생활에 작은 변수도 생기지 않도록 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일, 건강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대응법도 챙겨야 했다.
아내의 출산을 겪고, 육아를 하며 일에 대한 내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그에는 100% 확신이 없지만, 현상유지를 하려면 정신을 꽉 붙들고 있어야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여럿이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든 건 항상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융통성 없는 내 생각이다. 회사에서 직원, 가족에서 아빠란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나'에 대한 주위 기대를 매번 충족시켜야 한다고 여기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기댓값대비 아웃풋이란 성적표를 매일 받는 건 무척 피곤한 일이다. 특히 육아는 세상 무너질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 어쨌든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힘이 든다.
또 크건 작건 아이 문제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긴요하지 않은 게 없어서다. 아이 옆에서 아이 니즈를 파악해 제한된 범위에서 내가 가진 시간, 에너지, 돈 등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적어도 어느 하나 대충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내 긴장해야 하는 점은 이를 증폭시키는 다른 요인이다. 다만, 부모도 부모 역할이 처음인 '1회 차 인생'이니 내 양육자 역할 수행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어떤 때는 대충 후려치고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너무 힘을 줘도, 너무 힘을 빼도 안 된다. 과정이 어떻든 일단 아이를 미소 짓게 했다면 성공이다!
첫 돌의 문턱을 넘으면서 아이가 나름 부모를 기다릴 줄 알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다급히 부모를 찾는 아이가 기다려 달라는 부모의 시그널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게 내 착각이 아니길 바라본다. 물론 대부분이 내 희망적 사고에 의한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똘똘하고 야무진 아이 모습이 부모를 안심시키는 면이 없진 않아 내심 위안으로 삼아 본다. 부모도 매번 제때 아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자기 체면을 걸어야 한다. 이만하면 부모 노릇을 잘하고 있다는 그런 칭찬말이다! 어차피 답이 없는 문제니 마음 편한 쪽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
지난 1년 간 드문드문 기록한 아이 성장기를 꺼내 보니 아이가 아파서 고생한 순간, 육아에 지쳐 무너진 순간, 아무리 애써도 부모로서 부족함을 느낀 순간 등에 대한 소회가 대부분이다. 부모로 사는 삶이 뭐 하나 쉽지 않고, 훈수 두는 이는 많지만 어쨌든 뭔가를 감수해야 할 이는 '부. 모.'라는 점에서 더 그럴 것이다! 아이가 비교적 이렇고 저렇다는 건 상대 개념일 뿐이고, 우리가 경험하는 아이라는 또 다른 우주와의 충돌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무사히 돌을 넘긴 아이를 보면 대견하고 기특하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차 아기로 어린이집에서 막내 생활을 씩씩하게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아이가 워낙 이른 시기 사회생활을 시작해선지 모르지만, 뭐가 뭔지 몰라 잘 적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건 뭐가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각자 경험한 부모-자녀, 가족관계를 서로가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시간을 충실히 채우고 있을 우리 셋이 좋은 가족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오늘을 견딘다. "아가야, 1년 동안 수고했어. 고마워! 완벽하지 않아도 엄마, 아빠는 끝까지 네 옆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