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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Aug 21. 2023

아내 복직으로 달라진 일상

육아 2.0: '뉴 노멀'의 도전

아내 복직으로 달라진 일상 


첫 돌을 한 달 앞둔 7월, 아내가 복직을 했다. 올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닌 아이는 벌써 5개월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 복직을 1주일 앞두고 아이는 크게 앓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몇 차례 감기,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병원을 다녔지만 이번에는 유독 큰 고통을 호소했다. 잘 보채지 않던 아이가 짜증을 내기도 했다! 복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아내는 아이까지 아프니 여러모로 답답해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절묘한 타이밍에 터지는 예기치 않은 변수의 여파를 절감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일과 육아의 양립은 어려운 일이 된다.


어린이집 입소 후, 몇 차례 병치레를 한 아이는 짧게 열이 오른 시기를 제외하곤 동요한 적이 없었다. 운 좋게도 때마다 비교적 열이 금방 떨어져 크게 고생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를 떠올리면 모든 게 처음인 부모라,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했다. 주말 내내 밤마다 통잠을 못 자고 뒤척인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끙끙댔다. 그간 때마다 아이가 고통을 감내해 왔다는 사실은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알게 됐다. 부모의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아이는 다행히, 아내 복직 당일에 등원이 가능할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지나고 나니 그렇게 지나간 게 다행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아이를 부둥켜안고 달래기 바빴다.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아이의 응급 상황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얼마가 될지 모를 시간 동안 아이, 아이를 보는 부모가 모두 넋이 나가는 일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다. 응급 상황에 대응할 전문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이들은 우리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면 역시 어디 아프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는 오늘도 뭔가 해내려고, 또 해내느라 애쓰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몸이 아프면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돼서다.


아이에게 항상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평온하면 온 집안이 평화롭다. 아내가 복직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등하원을 로테이션으로 하며 달라진 일상 가운데 내게 좋은 점은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육아 전문가의 코멘트를 자주 들었다. 맞벌이로 도통 시간을 내기 힘든 부모 양육자를 위한 위로이자, 좋은 가이드라인과 같은 처방이다. 어떻게든 흘러간 지난 1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정말 놀랍다. 한편으론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똘똘한 아이 덕분에 나는 등원 전 아이와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난 1년 아이를 재우고, 기저귀를 바꾸고, 분유를 타는 등 기능적 육아만 주로 했는데 아이와 둘이서 있는 일은 또 달랐다. 아빠와의 아침에 금세 적응한 아이는 다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해 나를 움직였다. 아내 복직 후 첫 며칠은 아침을 챙기고, 간단히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가는 일만 하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루 종일 혼자서 아이를 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개개의 사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독박육아를 하고 있을 모든 부모에게 경의를 표한다! 출근 전 3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아이를 챙기는 일만으로도 하루 동안 써야 할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태가 돼서다.


아이는 돌 전후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지만, 여전히 6시에서 6시 반 사이 눈을 떴다. 바닥에 설치한 침대에서 일어난 아이는 범퍼를 붙잡고 서 돌고래 소리를 내며 부모를 찾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달라진 아침 풍경은 알람이 아닌 아이의 혼잣말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 3시간에 가까워진 출근 전 시간에 여러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먼저 아침잠을 자고 등원한 시기에는 아침 수유를 하고 아이를 재우고,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를 깨워 새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 등원 준비물을 챙겨 나갔다. 아이가 30분에서 1시간가량 아침잠을 자준 덕에 출근 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의 아침잠 패턴이 사라졌다! 아이는 똘똘한 눈으로 주변을 탐색하며 손에 잡히는 장난감을 갖고 놀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이가 자라며 점점 노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하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다. 엄마 아빠가 챙겨주는 걸 겨우 먹고, 잠만 자던 아이가 어느새 세상 장난꾸러기가 됐다. 이제는 먹을 걸 챙겨주면 자리에 허리를 꽃꽂이 세우고 앉아 먹을거리를 손으로 집어 먹는다. 또 배불리 먹으면 물을 달라고 어설픈 발음으로 "물~"을 찾는다. 야무지게 빨대 컵에 담긴 물을 여러 모금 삼키면 다시 밥 먹기 전 장난기 어린 행동을 한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아이의 성장은 부모를 우쭐하게 한다. 그만큼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라서다. 부모라면 당연히 온 정성을 다해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지난한 일로 가득한 육아는 부모도 가끔 지치게 한다. 부모도 인간인지라 말도 안 통하는 아이를 위해 온종일 희생하는 의무에 고단함을 느낀다. 아이를 보며 찰나와 같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도 내내 아이 옆을 지키는 게 "고행으로 가득한 인생길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도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건, 아마 이런 깨달음의 순간이 불현듯 자주 와서 그런 게 아닐까?  


아내 복직으로 달라진 우리 가족의 일상은 이제 '뉴 노멀'이 됐다. 지난 한 달 사이 육아 2.0에 돌입한 우리 셋은 가족으로 뭉치는 시간을 고대하며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질 우리 가족의 일상이 성장의 기쁨으로 충만하길 바라본다! 아니, 꼭 대단한 성장이 아니라도 오늘도 하루를 무탈히 살아낸 우리를 대견히 여길 우리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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