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절 부르면 누군가 후렴부를 연결하듯 우리에게 민들레 세 글자는 곧, <민들레는 민들레>. 복슬복슬 하얗게 덮은 벚꽃에서 고개를 돌리는 게 아깝지 않은, 추억 발견의 즐거움이 반짝!
<민들레는 민들레>
이때만 해도 엄마는 몰랐어.
늘 자신 있고 당찬 우리 딸이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는 다양하고 즐거워서, 그 안에 숨겨놓은 긴장감을 의심하지 않았음을 고백할게. 동생의 적응은 유심히 돌려 물으면서도, 어쩌면 네가 들키고 싶었을 그 마음은 생각지 못했네.
매년 밝고 활기찬 반을 만나다가, 갑자기 달라진 새 학급 분위기. 6학년이 되니 무지개빛 총천연색에서 무채색으로 뒤바뀐 것 같다는 네 말에도 사춘기 애들이 많은가 보다 그러려니 했지. 유난히 엄하다는 무표정 선생님도 그래. 어쩌면 엄마는 중학교 가기 전에 한 번은 겪어볼 만한 엄격함이라고만 생각했나 봐. 미안.
(겪어볼 만한 (안 좋은) 일이란 건 없는데 말이야.)
유난한 규칙과 엄격함 안에서 더욱 잘 해내려 애쓰고, 점심시간마다 어색함과 과격함을 피해 도서관을 도피처로 삼은 건 아닌지.. 혼자 속상해하고 있었다니. 네 모습을 잃는 것만 같은 불안과 긴장감에 학교만 가면 아침마다 마른 배가 아팠을 우리 딸. 참았던 눈물이 터져 우는 너를 안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지난밤. 결국 하루 학교를 쉬면서 많이 풀어내고 마음이 비워졌다는 네게 고마울 뿐이야.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딸아, 어쩔 수 없을 때는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야. 알지?
너는 그냥 너대로, 민들레는 민들레! 외침처럼.
엄마가 늘 하는 말, 세상에서 네가 제일 잘한 일.
엄마 딸로 와준 것.
엄마 뱃속에서부터 너는 너야.
네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도, 태어나 꼬물거려도, 이제 다 컸다고 내 어깨에 팔을 둘러도. 애쓰지 않고 가만 머물러도 너는 사랑스러운 너야. 괜찮아.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거나, '중학생이 되기 위한 준비' 라거나 그런 건 없어.
지금 열세 살 그대로, 이미 완성형이야.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면, 옷깃을 여미고 너를 들여다보렴. 아마도 단단히 잘 서 있을 테니.
이번에도 너는 네게 필요한, 행복하거나 안전한 방향을 잘 찾고 있었잖아. 조금 더 너를 믿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