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 피에드 포르 정밀 탐사기

9월6일(월) 생장 둘째날 2편

by 이철현

생장에서 둘째날 아침 바람이 쌀쌀하다. 햇빛이 나자 기온이 조금씩 오른다. 생장 피에드 포르를 돌아보기 위해 나섰다. 어제는 순례자 크리덴셜 받느라 알베르게도 구하느라 정신이 없어 순례의 출발지 생장과 제대로 안면을 트지 못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에스타(낮잠)이 시작하는 오후 2시까지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마음 먹고 2시간 걸으면 갈만한 곳은 다 돌아다닐만큼 작은 마을이다.

제레미와 발렌팅은 2개월전 파리 북쪽에 있는 고향을 출발해 프랑스 주요 도시를 걸어서 생장에 들어왔다.

룸메이트 제레미와 발렌팅은 지난 2개월 전 프랑스 북부 지방에서 출발해 주요 도시를 거쳐 생장에 들어왔다. 요즘도 프랑스 순레객 상당수가 자기 나라에서부터 걸어서 생장까지 들어온다. 이들처럼 도보로 생장에 들어온 유럽 순례자 입장에서 생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프랑스 생장 레 뷔에 지역의 마들랭을 지나 생장 피에 포드로 들어가 론세스로 넘어가려는 순례객을 먼저 맞이하는 곳은 생 쟈크 문이다. 핑크색 돌이 출입구 아치를 두르고 성벽 군데군데 촘촘히 박아 넣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핑크색 벽돌로 출입구 아치와 벽을 쌓는 것은 아래도이(Arradoy)라는 불리는 이곳 특유의 석조 건축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의 순례객들이 생장으로 들어오는 생 쟈크의 문

성 자크 문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성채으로 오르는 언덕이 나온다. 가파른 언덕 길을 5분가량 오르면 왼쪽으로 성채 중앙에 세워진 본성이 우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오른쪽에는 생장 북쪽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생장은 아름답다. 아침에는 안개가 깔려 신비하고 밤에는 석양이 내리면서 아래도이 벽돌을 닮은 붉은 색으로 물든다. 생 자크 문을 지나 직진하면 폭 5~10m 내리막길이 나온다. 이곳이 생장 최고의 번화가로 이어지는 성채의 길(루 데 시타델)이다. 길 양쪽으로 창문 주위나 벽 모서리를 핑크 빛 사암으로 꾸민 집들이 줄지어 나열해있다. 과거 상인들 주거지로 집마다 집주인이 취급하는 상품을 표시하는 문장을 출입구나 벽면에 새겨 넣었다.

순레자 사무소가 들어있는 주교들의 감옥 건물

성채의 길 초입에는 'Refuge Municipal"이라 불리는 55번지 공립 알베르게가 나온다. 순례객들이 즐겨 찾는 숙소다. 침대 55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날마다 만석이다보니 매일밤 순례객 55명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일찍 피레네 산맥을 향해 걷는다. 이곳에서 50m 가량 걸으면 오른쪽에 순례자 사무소가 나온다. 여기에서 크리덴셜(순례자 여권)을 구입하고 생장 세요도 받는다. 카미노 순례객을 표시하는 조개도 하나 챙기고 기부상자에 소액을 넣는다. 순례자 사무소가 자리한 건물은 주교의 감옥(The Bushop's prison)이라는 불린다. 14세기말과 15세기초 바욘교구 주교들이 이곳을 감옥으로 사용한 바있다. 18세기 후반에도 지역 교도소로 쓰였다.

스페인 길에서 내려다본 노틀담의 문

그 건너편에는 붉은색 출입분과 창문 덧창이 인상적인 전통 양식 석조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1510년 새긴 문장도 나온다. 이 지방 출신 성인이자 순교자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좁은 골목이 나오는데 이곳을 따라 내려가면 프랑스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문은 북쪽으로 나있다. 과거 방문자들이 프랑스로 들고나는 문이었다고 한다.


프랑스문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 성채의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정면에 높이 치솟은 노틀담 문이 나온다. 성채의 정문격으로 가장 화려한 문이다. 문을 통과하기 전에 왼쪽에는 노틀담 두보두퐁 성당이 버티고 서있다. 프랑스령 바스크 지구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이다. 이슬람 세력이 지룰로터 해협을 넘어 파죽지세로 이베리아 반도로 치고 들어오다가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 전투에 지면서 북진이 처음으로 저지당했다. 이 전투를 이끈 이가 나바라 지역 사령관 산초 강력왕(Sancho the Stronghold)인데 그의 업적을 기려 이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노틀담 성당

고딕식 정문과 기둥, 벽면을 핑크빛 사암으로 꾸며 아름다웠다고 한다. 지금은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많이 낡아 보였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은은한 조명 덕인지 경건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당 앞으로, 즉 성채의 길을 내려오다 노틀담 문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는 나바레의 문이 나온다. 중세시대 이문을 통해 마차와 수례가 오갈 때 거리에 쌓여있는 곡물 더미를 밀치고 올라가야할 정도로 물자가 풍부했다고 한다.


노틀담 문을 지나면 스페인 거리로 이어지는 다리에 닿는다. 다리 밑에는 아주 시원하고 깨끗한 강물이 흐른다. 어떻게 시원한지 아냐고? 바지 걷고 물에 들어갔다. 강이라기보다 개천에 가까워 가장 깊은 곳이 성인 남성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다. 다리를 건너 뒤를 돌아보면 노틀담 문 위에 성모마리아가 예수님을 안고 다리를 건너는 이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순례객들을 축복한다고 한다.

성채의 길과 스페인 길을 잇는 다리

다리 건너 스페인 거리에는 장인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다. 현관이나 창문에는 집주인의 직업을 표시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스페인 거리를 걸어 직진하면 스페인 문이 나온다. 1840년대 건설되었다. 피레네를 넘는 정복자들이 이곳을 통과했다. 나폴레옹이 지났다고 해서 나폴레옹의 길이라 불렸고 지금은 마르셀 하리스페 길로 이름이 바뀌었다. 순레객들은 스페인 문을 지나 나폴레옹길로 접어들고 피레네 산맥을 오른다.


수박 겉핥기하듯 스쳐갔던 시타델, 성당, 다리, 상가를 둘러봤다. 마을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천천히 걸었다. 동쪽 입구 성 자크의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성벽 수비대들이 순찰하는 성벽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숨겨져 있으므로 눈여겨 찾아야 발견할 수 있다. 시타델을 내려오다가 생장 주민 같아 보이는 이들을 따라 가다가 발견했다. 순레자로서 생장은 충분히 봤다. 내일 이곳을 떠나 나의 순례를 시작한다.

이 강물에 들어간 한국인은 내가 처음일 듯. 주민들이 멱을 감기에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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