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서만 겪은 기분 나쁜 차별 3종 세트...수준 이하의 나라
라고스 숙소에서 나와 세비야행 버스표를 사려고 버스터미널에 왔다. 라고스에서 세비야로 떠나는 버스는 오전 8시와 오후 3시30분 2차례밖에 없다. 내 침대 앞에서 자는 프랑스인 앙드레가 코를 심하게 골았고 문밖에는 숙박객 상당수가 밤새 술 마시며 떠드는 통에 선잠만 자다가 새벽 7시쯤 일어났다. 오전 8시 버스를 놓치면 오후 3시30분까지 기다려야하는 걸 모르고 방파제를 따라 산책하고 돌아왔다. 짐을 챙기고 만취한 제시에게 열쇠를 넘기고 아침식사하러 식당에 갔다.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식당에서 커피와 과일 샐러드를 주문한 뒤 구글맵을 열었다. 헉! 오후 3시30분까지 기다려야 세비야행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당혹스러웠지만 어쩌겠나.
일단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가서 세비야행 버스표를 예약하러 창구로 갔다. 창구 직원이 버스표 값이 31유로라고 해서 현금으로 지불하고 표를 끊었다. 그런데 이 개새끼(웬만하면 쌍욕하지 않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 욕을 쓰는 걸 양해해달라)가 표와 31유로를 다시 건네면서 잔돈 가져가란다. 그래서 “이 돈은 내가 버스 값으로 네게 건넨거다”라고 말하며 현금을 다시 창구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런데 이 씹새끼가 씨익 웃으면서 돈을 다시 받았다. 간을 보건다. 그니깐 나를 테스트한거다. 다시 현금 챙기면 어쩌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날리고 싶었지만 포르투갈까지 와서 경찰서를 들락거릴 수 없어 참고 나오는데 화가 치밀어 창구 너머로 “야 개새끼야. 그 따위로 살지마"라고 욕을 건네고 돌아섰다. 물론 한국어로 욕했다. 그 새끼가 기어 나왔으면 지금쯤 라고스 성 옆에 붙어 있는 경찰서에 있을 거다. 다행이 이 녀석이 눈만 크게 뜨고 창구밖으로 기어나오지 않았다.
화가 잔뜩 나서 아침부터 술 한잔하려고 마리나 앞 바로 향했다. 가방을 의자 앞에 부려놓자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모르는 개새끼와 와서 대뜸 뭘 원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맥주 마시러 왔다고 하자 초딩 영어로 큰거냐 작은거냐 묻길래 큰거 달라고 했다. 맥주를 가져오더니 맥주 받침을 테이블로 휙 던지고 잔을 내려놓고 갔다. 원래 퉁명스러운 사람이구나 싶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 개새끼가 내 앞에 있는 독일인 손님들에게는 헤헤 웃으면서 아주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함께 담소도 나누는 것이다. 마침 내 옆자리에 전원이 있어 코드를 꺼내 핸드폰을 충전하려하니까 인상을 구기면서 쓰지 말라고 한다. 휴대전화를 자기에게 맡기면 충전해서 주겠다나. 그래서 “필요 없다. 계산서나 가져와라.”라고 말하며 인상을 구겼다. 나도 인정하는 거지만 내가 인상쓰면 상대가 상당히 기분나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터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분 나쁘게 인상을 구기며 맥주값 2.5유로를 테이블 위에 던지고 나왔다.
포르투 와인 레스토랑에서 겪은 차별까지 포함하면 총 3번 기분 나쁜 경험을 하고 나니 다시 포르투갈에 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3번의 경험만으로 포루투갈인 전부를 인종차별자로 폄훼할 수는 없다는 거 안다. 그럼에도 스페인에서는 경험하지 않은 불쾌한 인종차별을 겪고 나니 포르투갈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건 기분의 영역이다. 불쾌감까지 감내하면서 이 후진 나라에 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