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과 안뜰에 꽃들이 만개... 유대인 지구 공방에 이쁜 수공예품 넘쳐
코르도바는 뒷골목에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중세 성벽으로 에어 싸인 코르도바 구시가지에 들어가기 위해 알모도바르 문(Puerta de Almodovar)으로 통과하자마자 유태인 지구의 골목이 나온다. 골목마다 안뜰, 광장, 돌벽, 문들이 아기자기하게 엉켜있다. 벽에는 꽃이 걸려 있고 안뜰은 꽃이 만발하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 사연을 간직한 듯한 뜰이 나오고 광장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공간이 나오면 분수나 나무가 가운데 자리하고 그 주위에 꽃과 나무들이 벽을 따라 자라고 있다. 메스키타가 이슬람 건축양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알카사르가 가톨릭 왕들을 위해 아름다움 정원을 꾸몄으니 이만큼 아름답다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골목 사이에 코르도바 일상의 아름다움이 이리 숨어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코르도바에 와서 골목 사이사이 멋진 풍경을 놓치는 건 금물이다. 메스키타를 보지 못하더라도 골목 사이에 펼쳐진 코르도바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꾸고 간직하고 있는 미학을 접해야 한다.
유대인 회당에서는 수백 년간 온갖 박해를 받으며 자기 신앙을 지키기 위한 애달픈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좁은 골목 사이마다 이쁜 상점에서는 수공예를 만든 철제 액세서리나 가죽 세공 용품을 팔고 있다. 관광지에서 파는 세공품을 사지 않는 사람이지만 유대인 공방에서 만든 제품들은 너무 이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음새를 자석으로 마감한 가죽 팔찌를 하나 샀다. 19유로나 썼다. 로마 시대에 건립한 아치 문을 지나치면 파랑과 하양, 노랑으로 칠한 벽과 문, 사이사이 꽃으로 꾸민 골목이 너무 이뻐서 아련한 느낌마저 준다. 훗날 코르도바를 떠올리면 화려한 모스키타보다 1세기 세워져 아직도 건재한 로마교보다 이 골목길이 떠오를 게다. 특히 코르도바 꽃의 골목을 지나 코르도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광장이라는 곳에서 들어온 길을 뒤돌아보자 우뚝 솟은 모스키타 종탑을 배경으로 꽃의 길목의 수수한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왔다.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풍경은 모르키타나 알카사르보다 꽃의 길목이 아닐까 싶다.
꽃의 성찬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알모도바르 문을 다시 나와 7분을 걸어 파티오(안뜰)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 코르도바 주인들은 단독 내지는 3~4 가구가 공유하는 안뜰을 꽃과 나무로 꾸민다. 해마다 관광객들에게 꽃이 만발한 안뜰, 파티오를 공개한다. 올해는 50여 개 파티오들이 경연을 벌이고 있다. 주최 측은 그중 가장 잘 꾸민 파티오를 선정해 관광객에게 알린다. 파티오마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입장 시 체온을 체크하고 소독액을 손에 바르고 입장한 관광객들로 파티오들은 북적인다. 꽃은 원색이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다. 원색의 꽃, 푸른 나뭇잎, 하얀 벽, 그리고 파란 하늘이 조화를 어울려 조그마한 우주에서 색의 향연을 펼친다. 예약 사이트가 스페인어 투성이인 탓에 알카사르 예약에 실패해 들어가지 못한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코르도바 최고의 아름다움은 골목 사이에 숨어 있다. 코르도바에 오는 분들이 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