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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우마이야 왕조 첫 수도 코르도바 입성

메스키타, 가톨릭의 만행에 망신창이된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름

by 이철현

세비야 산타후스타 역에서 렌페를 타고 1시간20분 지나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8세기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벌어진 왕권 다툼에 패퇴해 몰상당한 왕가의 자손 하나가 간신히 살아남아 이베리아반도 남쪽에 새 왕조를 열고 첫 수도로 정한 곳이 코르도바다. 그 사람 살겠다고 황야, 바다, 사막, 산맥 그리고 다시 건너 낯선 곳까지 도망쳐 온 것이다.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출발했으니 소아시아를 종단해 아라비아 반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아프리카 북부를 횡단한 뒤 지브롤터 해협을 건넌거다. 그 뒤 이슬람 세력은 520년간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이베리아반도 남부 알안달루스 지역을 통치하면서 문화과 과학이 융성한 나라를 설립했다. 그 문화와 예술의 걸작품이 메스키타, 코르도바 모스크다.

KakaoTalk_Photo_2021-10-23-20-44-57 001.jpeg 메스키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남쪽벽에 있는 미흐랍

모스크 외관을 봤을 때 감흥이 없었다. 종탑은 흔히 볼 수 있는 바로크 타입의 여느 교회 종탑과 달라보이지 않았다. 성벽처럼 모스크를 감싸는 연한 황토색 외벽도 별 다르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한참 기다려 입장권을 끊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들어서자보자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모스크를 떠받치는 이중 아치 기둥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기둥은 여느 석회암 기동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그 기둥에 올라탄 이중 아치는 동화 속 궁전 내부 같이 환상적이었다. 아치는 옅은 황토색 석회암 사이사이 빨간 벽돌을 일정 간격으로 집어 넣었다. 그런 아치를 구분으로 11개 회랑이 줄지어 늘어섰고 지붕은 나무로 받쳤다. 아치 기둥은 한참 1400여개가 넘었다고 하나 지금은 80여개밖에 없다.

KakaoTalk_Photo_2021-10-23-20-42-03 002.jpeg 빨간 벽돌과 하얀 석고암 간 조화가 참 이쁘다.

이슬람인들이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미흐랍은 모스크 내부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다. 사람이나 동물처럼 형상을 가진 것들은 없었다. 이슬람인들은 인물이나 동물 같은 형상을 조각하거나 그리는 것은 우상숭배로 간주한다. 그래서 식물 줄기나 아랍 문자, 기학적 문양으로 이슬람 신도에게 가장 신성한 곳을 꾸몄다. 미흐랍 입구 주위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비잔틴 방식의 모자이크로 장식했다. 정사각형 건축물에 빨간 벽돌과 하얀 석회암으로 만든 이중아치형 기둥을 줄줄이 세우는 단순함과 증축하는 과정에서 놓은 직육면체 기둥이나 미흐랍 장식에서 보이는 극치의 화려함이 경건하면서도 기품있게 어울렸다.

KakaoTalk_Photo_2021-10-23-20-40-44 017.jpeg 모스크 외곽 성문에 이슬람 특유의 발바굽 모양의 아치가 문 위에 자리한다.

그 단순함과 화려함의 조화를 깨는게 가톨릭의 흔적들이다. 모스크 한가운데 느닷없이 십자가 모양으로 대성당이 나온다.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섞인 기괴한 건축물은 모스크의 균형을 깨고 있었다. 가톨릭 교단이 모스크 한가운데 가톨릭 성당을 만들겠다고 왕들에게 끈질기게 요구해 모스크 가운데를 허물고 기어코 성당을 지은 것이다. 그것도 250여년에 걸쳐 지었다. 이탓에 이중아치의 연결구조는 끊어졌고 모스크의 조화도 무너졌다. 기품있게 차려입고 교양이 넘치는 숙녀들 모임에 금은보화로 난잡하게 치장한, 초대받지 않은 졸부의 아낙네가 모임 장소의 한가운데를 눈치 없이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KakaoTalk_Photo_2021-10-23-20-45-07 005.jpeg 이슬람 신자들이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 미흡랍은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신단 같은 곳이다.

모스크와 가톨릭 성당이 공존하는 유일한 건축물이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라고 평가받는다지만 난 아쉬웠다. 그냥 훼손시키지 않고 모스크 사원으로 보존했다면 코르도바는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었을텐데. 그래서 가톨릭 세력들이 망쳐놓은 벽, 기둥, 지붕을 볼 때마다 인상이 구겨졌다. 특히 창살 뒤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는 국보급 문화재 담벼락에 휘갈겨 놓은 끔찍한 모양의 낙서 같았다. 오죽하면 신앙심 깊은 카를로스1세마저 모스키타를 돌아본 뒤 “너희(가톨릭 교구)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아예 망가뜨려 놓았구나"고 한탄했을 정도다. 코르도바는 이슬람 건축의 예술미를 가톨릭 세력이 파괴한 흔적이 곳곳에 산재했다.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이슬람 건축과 예술은 코르도바를 세계 어느 도시와도 다른 미학으로 멋지게 꾸미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1-10-23-20-42-42 015.jpeg 모스크 가운데를 허물고 지은 대성당의 성가대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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