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5일] 살라망카, 중세 대학도시의 위엄
높아진 역치 탓에 아름다움마저 둔감해져... 그리스와 모로코 돌고 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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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6. 2021
살라망카 마요르 광장 내 스타벅스에 왔다. 닷새만에 마드리드를 벗어나 서쪽으로 220km 가면 스페인 교육의 도시 살라망카가 나온다. 세비야에는 가장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이 있다면 살라망카에는 가장 멋진 마요르 광장이 있다. 펠리페 5세가 1792년 26년 만에 설립한 광장으로 살라망카의 중심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맥주에 타파스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특히 야경이 멋지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집들마다 테라스에 조명을 켜 해가 진 뒤에도 불야성을 이룬다.
살라망카는 살라망카 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알폰세9세는 1218년 이곳에 살라망카 대학을 세웠다.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중세 유럽의 최고 대학이었다. 스페인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유일한 대학이기도 하다. 한국인 유학생도 꽤 있다고 한다. 이곳은 1539년 세워진 파사드가 유명하다. 은 세공 기법으로 돌을 다듬어 만든 갖가지 동식물 문양이 멋지다. 이게 돌에 새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세밀하고 섬세하다. 이곳에 숨어 있는 개구리 문양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에 파사드를 가득 채운 문양을 샅샅이 찾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오른쪽 기둥 중간쯤 맨 왼쪽 해골 머리 위에 개구리를 찾았다. 행운이 있으려나.
1세기 지어진 로마 다리 너머로 살라망카가 고개를 내민다. 살라망카 대학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살라망카 대성당은 2개 성당이 붙어있는 쌍둥이 건물이다. 그런데 이란성쌍둥이다. 먼저 지어진 성당은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16세기 올라간 성당 건물은 고딕 양식이다. 시대가 다른 2가지 건축양식이 한 건축물에 공존하기는 톨레도 대성당이나 마드리드 대성당과 비슷한다. 톨레도나 마드리드 대성당은 하나의 건축물을 오랫동안 짓다 보니 건축가가 바뀌면서 다른 건축양식이 혼재되었으나 살라망카 대성당은 아예 건축 시기가 다른 2개 건물을 연결하다 보니 이란성쌍둥이 건물이 생겨난 것이다.
가문 문양인 가리비 부조로 벽을 장식한 건물로 살라망카 도서관살라망카 대성당도 입구 주위에 새긴 조각들이 화려하다. 플라테스크 기법이라는 불리는 은 세공 기법을 건축에 응용한 것이다. 벽에 우주비행사와 아이스크림 먹는 용의 부조가 눈에 띈다. 16세기 완공한 건축물에 우주비행사와 아이스크림이라니. 타임머신 타고 미래에서 온 조각가가 장난치고 떠난 것인가. 그 비밀을 알고 싶으면 살라망카에 오시길. 스포일링을 삼가자는 차원에서 설명하지 않겠다.
12세기 로마네스크와 16세기 고딕 양식을 각각 지어진 두 성당이 하나의 건축물처럼 붙어있다. 이베리아 반도에 들어와 크고 작은 마을을 무던히도 봤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들른 곳이 200여 개가 넘는다. 포르투갈에서 10여 개 이상 도시와 마을 지났다. 안달루시아 3개 도시에 마드리드 주변 도시까지 합치면 250여 개는 들른 셈이다. 그래서 이제 지겹나 보다. 그 아름답다고 하는 살라망카가 흔해 보인다. 멋지지만 다른 스페인 마을보다 특출나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다 보니 지겨워지나 보다.
슬슬 집에 가고 싶다. 집을 떠난 지 70일째다. 그리스 11일과 모로코 5일 지나면 집에 간다. 그리스에서는 서양 문명의 시작을 보고 모로코에서는 사막에 내리는 석양을 볼 거다. 이번 여행은 차려진 음식을 국물까지 빵으로 샅샅이 닦아서 다 먹는 기분이다. 좋게 말하면 알차게 다닌 거고 나쁘게 말하면 마치 쫓기는 이처럼 악착같이 다닌 듯하다. 다음부터는 이리 무리한 여행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스페인 최고의 마요르 광장으로 꼽히는 살라망카 마요르 광장. 야경이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