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서 서양문명의 시작을, 20~23일 모로코서 모래사막의 노을 본다
8일 그리스 아테네로 간다. 무리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더 늦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은 곳이 그리스 문명이다. 도시 국가 연맹체로 시작해 마케도니아, 로마, 오스만 튀르크 지배를 받으면서 서양 문명의 멜팅 포트(melting pot)로 위치한 곳에서 사는 이들을 보고 싶다. 색다른 곳을 보려는 건 아니다. 남들 가는 위주로 갈 거다. 70일 넘게 이베리아 반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지친 감이 없지 않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지 AB-ROAD에 싣기로 한 그리스 여행기를 작성하는데 차질이 없을 만큼 돌아다니고자 한다.
아테네에서 사흘간 머문다. 신타그마 광장에서 제우스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헤로도토스 아티우스 극장을 거쳐 아크로 폴리스에 오르는 길을 걷는다. 리카비토스 산에서 아크로 폴리스 야경을 볼 거다.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아테네 신전의 보물을 구경하고 아테네대학도 들른다. 여유가 있으면 수니온 곳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에 갈 거다. 아테나 일정이 끝나면 델포이로 이동한다. 아폴로 신전과 델포이 신탁의 유적과 유물을 볼 거다. 하루 델포이에서 묵고 메테오라로 이동한다. 메테오라에서는 마갈레 메테오라, 발람 등 6개 수도원을 다 들른다. 이곳 수도원들은 깎아지를 듯한 암벽 위에 위태롭게 지어져 유명해졌다. 속세와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신과 만나려는 수도승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굳이 가는 건 사진으로 본 광경이 신비로웠다. 가서 가능한 조용히 보고 얼른 나올 참이다.
수도원 둘러보기가 끝나면 아테네로 돌아온다. 아테네 앞 항구 피라에우스에서 배를 타고 이드라나 미코노스 섬에 다녀올 거다. 어디로 갈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틀 뒤 산토리니 섬으로 가서 사흘간 머무를 것이라 먼바다에 있는 미코노스보다 이드라가 더 끌린다. 그리스인 친구 헨리도 이드라를 추천한다. 미코노스는 워낙 한국 커플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보니 궁금하기도 하다. 이곳에서 1박 한 뒤 아테네로 돌아와 산토리니로 간다. 페리를 타고 7시 30분이나 간다. 배 멀미하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에게해를 감상하고 싶다. 5년 전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페리에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 적이 있다. 신비로웠다. 이번에는 중천에 떠있는 햇빛을 산란해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볼 거다.
산토리니에서는 이아 마을과 석양을 보고 화산 체험도 한다. 일본 하코네에서 땅에서 황 냄새 자욱한 화산을 봤지만 그와는 다른 활화산을 보고 싶다. 화산 활동이 여전한 에게해 화산섬에서 보는 용암 화산의 모습이 궁금하다.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는 비행 편으로 넘어온다. 오전 10시 15분 아테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라이언에어를 타고 모로코 마라케시로 간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하나다. 모래사막을 보고 싶다. 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에 가서 모래 언덕 위에서 사막에 내리는 석양을 볼 거다. 나흘간 사막과 그 주위를 돌다 마드리드로 돌아온다.
마드리드에서는 한인민박집에 하루 머문다. 그리스 여행기를 듣고 싶어 하는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여행담을 들려주고 푸짐한 한식을 얻어먹을 거다. 이곳에서 삼겹살은 엄청 싸다. 민박집에 들어갈 때 삼겹살 6인분을 사갈거다. 유학생 연석이도 삼겹살이 오기를 기다릴 거다. 경제학 시험 본다고 했는데 잘 봤는지 궁금하다. 소주까지 곁들여 밤늦게까지 수다를 떤 뒤 다음날 드디어 한국에 온다. 백신접종자라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리저리 피한 코로나 PCR Test를 드디어 받나 보다. 이제 집이 그립다. 다음에는 3개월간 나가지는 말아야겠다. 한 달이나 두 달 나갔다 집에 돌아온 뒤 다시 나가는 게 좋겠다. 두 달 지나면 집이 그리워진다. 한식도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