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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r 31. 2023

운명의 장소 엘칼라파테, 난 이곳에 살거다

3월31일(금) 내게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아르헨타나서 발견했다

엘칼라파테는 내게 운명적인 장소가 될 듯싶다. 곧 한국을 떠나 여기서 살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습도 높은 곳을 싫어하는데 엘칼라파테는 연강수량 100mm 이하 사막지대다. 모기나 파리 같은 잡벌레를 싫어하는데 이곳에는 잡벌레가 아예 없다. 한여름이 날파리가 조금. 설산이 마을을 에워싸고 호수가 마을 끼고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은 높낮이 크지 않은 분지에 키 낮은 관목이 자란다. 일출은 빨갛게 불타 오르고 일몰은 오렌지와 빨간 물감을 섞은 듯 하늘 위에 펼쳐진다. 그것도 거의 날마다. 차 타고 2~3시간 가면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피츠로이가 있다. 

규진이 새 동행자로 합류했다. 동갑 친구가 생긴 나래가 특히 좋아한다. 

지금 묵고 있는 에코비스타의 사장님은 내 대학 선배다.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정착해 산다면 적극 돕겠다고 하신다. 엘칼라파테에 사놓은 땅이 엄청 넓다. 축구 경기도 2개 넓이를 소유하고 있고 그곳에 전 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호텔을 신축하고 계신다. 나보고 호텔 매니저를 하라고 하신다. 정이 넘치는 분이시다. 아르헨티나에 이민오 셔 40년 넘게 사셨다고 하신다. 아르헨티나 전역을 돌아다녀봤는데 엘칼라파테가 사시기 가장 좋았다고 한다. 졸지에 평생 살 곳과 직장이 생겼다. ㅎㅎㅎ

역시 분위기 깡패 소원(가명)은 엘칼라파테의 분위기 여신으로 변신했다. 

7월 한국 돌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엘칼라파테는 천국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자락에 위치한 오아시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모로 내게 맞다. 마이크 타이슨이란 이름을 가진 맹견이 나를 무척 좋아한다. 어디 가도 따라붙고 내가 서 있으면 가만히 와서 자기 몸을 내 다리에 붙이고 서있다. 다른 개들이 접근하면 늑대로 돌변한다. 이 녀석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기를 얻어먹을 수 있는 곳에 있다가도 내가 그 장소를 떠나면 나를 따라온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래가 오후 늦게 엘칼라파테에 들어왔다. 기뻤다. 

이곳에서는 뭘 하겠다는 욕심이 들지 않는다. 그냥 여유롭게 쉬고 싶다. 동행자들도 마찬가지나 보다. 오늘 하루 소담 나래 규진은 각자 개인 시간을 갖기로 했다. 소담은 절제됐지만 센스 있게 화장하고 헤드폰을 끼고 에코백을 들고 혼자 시내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혼자 엘칼라파테의 오후를 즐기고 싶나 보다. 오후 늦게 나래가 도착했다. 이 친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개의치 않고 여행 동행자로 쿨하게 받아줘서 고맙다. 우수아이아 티에라델푸에고 트레킹 코스를 걸을 때 나래는 “아빠랑 등산하는 것 같다"라고 말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착한 녀석~ ㅎㅎㅎ 

엘칼라파테 전망대에서 규진과 나래

규진이라는 친구가 동행으로 합류했다.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친구다. 나래와 동갑이다. 남미 여행을 끝으로 세계 여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성격이 좋고 밝아 함께 여행하기 좋은 친구인 듯하다. 저 나이에 나는 별 대단치 않은 일에 몰두해 젊음을 소진시켰는데 아르바이트로 여행비를 마련해 세계 여행을 하다니. 멋지다. 그 나이 특유의 거침과 서툼이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매력적이다. 

엘칼라파테의 일출. 엘칼라파테 사람들은 이걸 날마다 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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