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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13. 2023

26시간 버스 타고 파타고니아를 종단하다

4월12일(수) 외계행성 살타로 넘어가기 위해 바릴로체로 들어가다

일상의 여행으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혼자 여행한다. 헤어진 일행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홀로 움직인다니 홀가분하기도 하다. 함께 있으면 신경 써야 하고 혼자 있으면 그리워지는 게 사람인가 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윤성과 헤어진 뒤 엘칼라파테로 홀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묵으며 다음 여행 일정을 구상했다. 걸어서 20분 떨어진 린다비스타에 들렀다. 아르헨티나 여행 정보에 빠삭한 린다비스타 주인장에게 다음 여행 일정을 짜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린다비스타에서 뜻밖의 귀인을 만났다. 린다비스타 주인장의 따님이 귀중한 여행 정보를 주었다. 세 살에 아르헨티나에 와서 줄곧 현지인과 교육받으며 살아온 터라 한국어보다 스페인어를 훨씬 익숙한 친구다. 한국에 잠시 체류했다가 남자 친구도 생긴 터라 곧 다시 한국으로 간다고 한다. 이 친구 이름은 진이다. 진이는 25년간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살타를 꼽았다. 사막이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신비로운 자연이 가득한 곳이란다. 당초 살타행 비행기표도 취소하고 아타카마로 가려했던 경로를 수정했다. 아타카마 사막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 살타라고 한다. 

진이 조언대로 살타 여행 정보를 찾아봤다. 외계 행성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가득한 곳이다. 큰 마음먹고 16만 원 넘는 사흘간 투어를 예약했다. 그다음 밀린 잠을 잤다. 저 세상에 잠깐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푹 잤다. 사모님이 손수 차려주신 닭곰탕에 멸치볶음, 된장에 상추쌈으로 포식하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살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바릴로체로 가야 한다. 엘칼라파테에서 바릴로체까지는 버스로 26시간을 달려야 한다. 내 생애 가장 오랫동안 버스를 탔다. 졸다 깨다 하면서 누워 가는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는 파타고니아의 사막, 설산, 호수, 야생 동물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사라졌다. 버스 타고 파타고니아의 모습을 구경하며 파타고니아를 종단하다니 이것도 멋진 여행이다. 체 게바라가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나간 길일게다.  

26시간 지나 바릴로체에 들어갔다.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15분 거리. 숙소에 들어가니 브라질 히바우가 반갑게 맞이한다. 리우데자이네루 출신인 히바우는 아르헨티나 여인과 결혼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 이 친구가 내게 저녁 준비하고 있으니 함께 먹자고 제안한다.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식당에 내려갔으나 다른 동료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눈치 보니 돈을 갹출해 음식 재료를 장만해 요리하고 있는 듯했다. 한 푼 내지 않고 먹기가 눈치 보여 정중히 거절하고 방 안으로 들어와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혼자 즐기는 낯선 여유가 좋다. 낯선 친구들과 깊지 않은 얕은 사귐도 편한다. 깊은 사귐은 상처를 남긴다. 내일 살타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도 깊지 않은 얕은 사귐을 기대한다.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얕게 사귀며 나흘을 보낸다. 살타에서 볼리비아 우유니로 넘어가는 버스 편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외계행성에서 나흘간 영화처럼 보내고 드디어 꿈에 그리는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간다. 제발 고산병이 없길 기원한다. 천국에서 지옥을 맛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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