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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15. 2023

졸다가 타투인 행성에 착륙하다… 카파예테 투어 첫날

4월14일(금) 기기묘묘 협곡과 흙산.. 다 갖춘 청년 티노와 친구 먹다

속이 좋지 않아 는 둥 마는 둥 하다 일어났다. 새벽 4시 일어나 짐을 챙겼다. 4인실 체크아웃해야 하고  투어 다녀온 뒤 6인실로 옮긴다. 살타 북쪽 200km가량 떨어진 카파야테 투어에 나선다. 린다비스타 딸 지니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니 기대가 자못 크다. 투어사 직원이 아침 7시 픽업한다고 해 아침식사도 서둘러 먹었다. 마음만큼 풍체넉넉한 직원이 정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찾았다. 밴을 타서 앞자리에 앉았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투어 예약자를 일일이 픽업하느라 작은 도시를 한참 돌아다닌 뒤 밴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 내내 부슬비가 내렸다.

잉카의 전설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신비로운 곳

지난밤 잠을 설친 탓에 밴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3시간가량 졸다 깨다 했다. 그러다 잠에서 깼는데 영화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 납치된 게 아닌가 싶은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뜨거운 태양이 화사한 빛을 내리고 있었다. 붉은 지층이 시루떡처럼 포개져 오른 산들이 잇대어 나타나더니 팽이버섯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한 갖가지 모양의 돌조각들이 산 표면을 뒤덮고 있었다. 끌로 긁어놓은 지층은 휘어지고 굽어지며 요동치고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신비로운 협곡을 만드는가 하면 하늘이 트인 동굴 같은 지형을 숨겨 놓고 있었다.

시루떡처럼 포개어져 형셩된 지층

산 언저리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나 타투인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땅 위에 물은 표면을 얕게 흐르며 퍼져가고 기묘한 산 너머로는 희뿌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산이 어깨를 맞대며 병풍을 이루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신이 일필휘지로 그린 채색화라면 살타 북부 카파예테는 정과 끌, 그리고 조각칼로 섬세하게 다듬은 조각이라고나 할까. 겸재 정선이 파타고니아를 그리면 최선일 듯하고 카파예테는 미켈란젤로 조각에 어울리는 곳이라 할까.  

타투인 행성처럼 생긴 흙산들

아르헨티나에는 악마의 목구멍이 2개 있다. 이과수폭포에서 가장 압도적인 광경을 연출하는 폭포수와 카파예테에 있는 협곡이다. 시루떡처럼 층층이 포개진 지층이 수직으로 작용한 힘으로 인해 뒤틀리고 말려들어가며 평행의 선들이 잇대어 굽어지며 이어져 말려 올라가고 밀려나간 공간은 공연장으로 쓰여도 될만한 암벽 속 공간을 만들었다. 조금 더 지나면 Anfiteatro(원형 경기장 또는 공연장)이라는 일컫는 협곡 속 동굴에는 기타 하나 든 이가 이곳에서 남미 특유의 구슬픈 곡조를 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암벽에 부딪혀 오는 소리가 반향을 일으키며 청아하게 울린다.

자연이 만들어낸 원형 공연장

이날 여행에서는 귀한 친구를 만났다. 오스트리아인 티노다. 여행자 다수가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같은 유럽인이고 동양인은 달랑 나 혼자였다. 티노는 줄곧 내게 말을 걸어왔다. 키 188cm가량 잘 생긴 금발의 청년은 배려심까지 갖췄다.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한다. 정말 다 갖춘 친구가 있구먼. 이 친구 소개로 독일인 쌍둥이 자매와 학생들과 어울리며 친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 티켓을 예매하려고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려 하자 티노는 내게 왓츠앱 번호를 물어봤다. 나중에 계속 연락하자는 거다. 이 녀석 볼수록 괜찮네.

오른쪽 첫번째 오스토리아 청년 티노 덕분에 생긴 독일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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