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현 Apr 16. 2023

해발 3600m 소금사막을 정처 없이 걷다

4월15일(토) 푸르마마르카에서 아타카마 사막 함께 넘을 일행 만나다

살타 여행 둘째 날. 역시 아침 내내 내리던 부슬비가 산악 지방으로 넘어갔더니 그쳤다. 바람은 차지만 햇빛은 눈부시게 내렸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국경 근처 후후이는 기기묘묘한 산악 지형과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곳이다. 살타에서 3시간을 달려 꼬불꼬불 산길을 끝도 없이 올랐다. 이러다 하늘에 닿을 듯싶었다.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게 생긴 산악 지형을 눈 빠지게 보다가 갑자기 졸렸다. 경미한 고산병 증세다. 평소 낮은 곳에 살던 사람이 해발 3000미터 이상 높은 곳에 오르면 졸린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깼다.

생애 처음 해발 4000미터를 딛다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을 디뎠다.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 지역 고산 4170m에 밴을 타고 올랐다. 밴에서 내렸더니 어지럽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두통, 호흡 곤란, 압박감 같은 심각한 증세는 없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멘도자 아쿤카와 산(6900m) 다음으로 높은 산에 올랐는데 증세가 경미해 다행이다. 그곳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있는 소금사막 살리나스 그란데(해발 3600m)에서는 증세가 아예 사라졌다. 드넓은 소금 사막에 신기해 뛰었더니 바로 어지러움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여행 가이드 몬세라트가 뛰지 말고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조언을 따랐더니 평정을 되찾았다.

소금사막 이런 곳도 지구에 있구나

선글라스 없이는 눈 뜨기도 힘든 소금 사막을 정처 없이 걸었다. 먼 옛날 바다가 융기해 생긴 곳이 소금사막이다. 비가 오면 소금이 올라오고 마르면 갖가지 다각형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이어진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이곳에 다시 비가 내려 물이 잔잔하게 고이면 하늘을 반사하는 거대한 거울이 생긴다. 볼리비아 우유니에 가기 전 전지훈련 삼아 왔는데 이곳 자체로 생경해 넋을 잃고 걸어 다녔다. 가이드가 살리나스 그란데에서 그처럼 걸어 다니는 거 보면 우유니에서도 별 문제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다행이다. 지금 가장 무서운 건 고산병이다.

또 거만한 자태를 ㅋㅋㅋ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국경 부근 푸르마마르카에서 또 귀인을 만났다. 투어 일행과 점심식사를 먹기 위해 식당에 앉자 맞은편에 독일 여성 시시와 패키가 앉았다.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고 여행 일정을 공유했다. 시시와 패키는 6주째 남미를 여행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는 아타카마다. 이곳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우유니로 넘어간다. 그런데 17일 새벽 1시 버스 편으로 넘어간단다. 어제 혼자 투어 버스에서 내려 버스터미널까지 30분 걸어 예약한 버스 편과 같다. 그니깐 17일 새벽 1시에 살타에서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 편을 예약한 사람과 우연히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거다. 우연이 만든 인연 덕인지 한국인 아저씨와 독일인 소녀 2명은 금세 친해졌다. 결국 아타카마에서 우유니로 넘어가는 1박 2일 코스도 함께 하기로 했다.

점심식사 마치고 푸르마마르카를 한 시간 산책하면서 마지막 남은 어색함마저 없앴다. 이들과 함께 아타카마 사막을 4륜구동 차량으로 건너 우유니로 들어간다니 기대가득이다. 중남미는 내게 행운의 땅이다. 꼭 필요할 때 필요한 인연을 보내준다. 거 참~ 그니깐 내 전생이 체게바라 맞다니깐. ㅋㅋㅋ  

또 귀인이 나타났다. 함께 아타카마 사막을 넘는 독일인 시시와 패키. 참 착하고 똘똘한 친구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졸다가 타투인 행성에 착륙하다… 카파예테 투어 첫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