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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17. 2023

최남단 우수아이아부터 최북단 우마우아카까지 아르헨 종단

4월16일(일) 멕시코 노신사 에밀리오 덕에 무전취식 위기 모면

아르헨티나 최북단 마을 우마우아카까지 왔다. 최남단 마을 우수아이아 Fin del Mundo(세상의 끝)에 발을 내디딘 이래 엘칼라파테 모레노 빙하, 엘찰텐 피츠로이,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바릴로체, 살타를 거쳐 볼리비아 국경 근처 우마우아카에 온 것이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아르헨티나를 남북으로 쭉 뻗은 루타 40을 따라온 것이다. 남쪽에는 유럽 이주민들이 조성한 마을이 많다 보니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처럼 생긴 이가 많이 보인다면 북쪽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후예로 보이는 아시아인처럼 생긴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최북단 우마우아카에는 아메리카 원주민 후예가 절대다수다. 

페루 비니쿤카에 있는 무지개 색깔 산이 우마우아카에는 14개나 있다는 정보에 솔깃해 비니쿤카를 포기하고 우마우아카행을 결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했다. 철, 소금 같은 광물의 원소가 산화작용하며 내는 색이 지층을 따라 무지개처럼 뻗어내는 모양이 신기하긴 했다. 하지만 비니쿤카에 다녀온 이들이 보내온 무지개산과 비교하면 색이 뚜렷하지 않았다. 무지개산 산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우마우아카보다는 비니쿤카에 가길 권한다. 또 살타 3일 투어보다는 살리나스그란데와 카파야테 투어만 다녀오면 될 듯하다. 우마우아카 투어는 하루 종일 지루했다. 자다 깨다 주저앉아 있다 닭 한 마리 먹고 돌아왔다. 시간과 돈이 아깝다. 

그나마 얻은 건 멕시코 노신사 에밀리아 마르케스다. 우마우아카애서 점심 먹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 하는데 식당 카드리더기에 문제가 있는지 결제가 되지 않았다. 오늘이 아르헨티나 마지막날이라 페소를 다 썼는데 카드 결제가 되지 않으니 큰일 났다. 꼼짝없이 무전취식자가 될 위기에 처하자 멕시코 신사 에밀리오 마르케스가 보유 현금으로 내 밥값을 냈다. 생면부지의 동양인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모습을 보고 선뜻 3000페소를 냈다. 한화로 1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남미인에게는 제법 큰돈이었다. 너무 고마워 멕시코시티에 가면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사람도 있다. 멕시코에는. 연락처 주고받다가 우리는 같은 캐논 카메라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남미에서 행운은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 신사 에밀리오 마르케스는 나를 무전취식 위기에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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