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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Apr 09. 2023

W트레킹 하이라이트 토델파 일출 직관... 천상의 미

4월 8일(토) 걸어서 칠레노에서 라구나 아르마라스까지 걸어서 주파

새벽 5시 30분 칠레노 산장을 출발했다. 전날 충분히 잔 덕에 몸이 가벼웠다. 조명을 가진 일행 뒤에 붙어서 2시간가량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토레스델파이네 삼봉은 엘찰텐에 있는 피츠로이 삼봉과 비슷하게 생겼다. 얇고 넓고 평평한 화강암 스크린 3개가 나란히 서 있는 봉우리 밑에 호수가 자리했다. 피츠로이 삼봉이 곱게 꾸민 아름다운 여인의 성장이라면 토델파 삼봉은 거칠고 웅장한 남성의 야성이 돋보인다. 특히 삼봉 아래로 호수에 접한 벽면이 사선으로 긁혀 인상적이었다. 울버린이 갈퀴로 긁어놓은 듯한 선들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 잠들고 있던 삼봉이 해가 들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차츰 사위가 밝하지는가 싶더니 삼봉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토델파에서 내려오는 길 산악

추위와 바람을 피해 바위 위에 붙어있다가 삼봉 정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카메라에 담긴 색이 더 빨갛다. 일행과 만나 기념 촬영도 했다. 어느 순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구경하다 촬영하다 정신없었다. 그러다 아담을 만났다. 다시 촬영을 부탁했다. 이 자식은 벌써 다섯 번째 우연히 만난다. 오래 볼 인연인 듯하다. 다시 비탈길을 서둘러 오르다 큰 돌덩이를 굴러 내리게 했다. 밑에 있던 영국인 무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미안해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올랐다.

붉게 타오르는 토델파 삼봉

피츠로이나 토델타 삼봉 중 하나라도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는 둘 다를 봤다. 그것도 빨갛게 불타는 모습을.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다가왔다. 구름의 그림자가 삼봉 정상 부분을 검게 잠식해 들어갔다. 빨갛게 불타던 삼봉도 점차 짙은 노랑으로 변한 빛을 반사했다. 그것도 구름이 가리지 않은 허리춤만 빛이 내리면서 섬광 같은 빛줄기가 잇대어 있는 삼봉을 가로질러 비췄다. 장관이었다.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걸 보지 않고 죽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언제 또 볼까 싶어 돌아서는 발길을 붙잡고 서서 다시 봤다. 눈에 새기고 싶었다. 내 뇌리 깊숙이 박아놓고 싶었다.

토델파 삼봉 앞에서 불타기 전에 한컷

오전 11시까지 산장에 가서 짐 챙겨 센트럴까지 이동해야 했다. 컨디션이 좋다 보니 한 시간 만에 내려왔다. 산장에 도착해 산장 직원들과 친해져 직원들 식사를 얻어먹었다. 능글맞게 친한 척하니까 함께 먹자고 하더라. 시리얼 3봉을 우유에 넣어 폭풍흡입하고 빵 4개를 연거푸 먹으니까 직원들이 버터까지 내줬다. 오렌지 주스도 2통 해치웠다. 걸신들린 줄 알았을게다. 전날 전투식량 조금만 먹고 일찍 누웠으니 배고플만했다. 배 터지게 먹고 나니 일행들이 내려왔다. 다른 친구들은 직원 식량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들이 도착할 때쯤 아침상을 치워버린 탓이다. 나 혼자 포식해 미안한 나머지 샌드위치 사서 건넸다. 숙소 직원들 몰래 담아놓은 오렌지 주스도 줬다.

토델파 오르는 곳의 풍경은 압권이다.

아침식사 마치고 센트럴까지 걸었다. 오후 1시 버스를 타야 라구나 아르마라스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오후 3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센트럴에 정오 조금 넘어 도착했다. 다른 일행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라구나 아르마라스까지 걸어가로 했다. 서둘러 걸으면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다. 무거운 짐은 일행에게 맡기고 백팩 하나 메고 뛰기 시작했다. 토레스델파이네 산을 뒤에 고 파타고니아 평원을 뛰었다. 바람이 집요하게 쫓아왔다. 어쩔 때는 뒤에서 밀어 추진력을 더했고 어쩔 때는 옆에서 강타해 몸을 날렸다. 가끔 정면에서 치고 들어 들어와 바람 속을 걸어야 했다. 그 와중에 해는 눈부시게 빛났고 하늘은 명징하게 파랬다.

나 홀로 파타고니아 대평원을 강품을 뚫고 걷다.

걷다 뛰다시피 하니 라구라 아르마라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1시간 1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5분 지나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보다 빨리 온 셈이다. 버스가 20분 연착되는 바람에 버스보다 빨리 올 수 있었다. 정류장에서 또 아담을 만났다. 그리고 보니 이 친구와 찍은 사진이 없었다. 서둘러 불러 정류장 배경으로 촬영했다. 이 친구와 서울에서 만날 거다. 함께 버스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돌아왔다. 재민의 제안으로 나탈레스에 있는 일식집에 가서 미소 라멘에 쌀밥 세공기 말아서 먹고 맥주 사들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들어왔다.  

W트레킹 중 가장 자주 만나 친구가 된 영국인 아담.

다음날 재민은 엘칼라파테 거쳐 바릴로체로 이동한다. 니니는 엘찰텐으로 간다. 나와 윤성은 에어비엔비에 남아서 다음 계획을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하루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심신을 재정비한 뒤 엘칼라파테 에코비스타로 넘어간다. 이곳에서 하루 쉬었다가 바릴로체로 가려한다. 그곳에서 나래와 재회한다. 며칠 떨어져 있었는데 벌서 그 녀석이 보고 싶다. 헐~ ㅋㅋ 나래와 같은 비행 편으로 아르헨티나 살타로 넘어간다. 그곳에는 14개 무지개산이 있는 사막이 있는 곳이다. 그 무지개산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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