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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05. 2023

살칸타이 고개 넘고 멤버 5명으로 압축

4월30일(일)~5월1일(월) 온천욕하다 흡혈 파리에 온몸 난사

살칸타이 트레킹 둘째 날. 살칸타이와 우만타이 사이 고갯길 4600m를 넘었다. 4600m까지 오를 때는 열 발자국 걷고 5초 쉬는 행위를 반복했다. 다리가 쉽게 피로해졌다. 북한산에서 6시간 쉬지 않고 올라도 허벅지에 오는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지만 4000m 이상 고지에서는 너무 아파 일정 간격으로 쉬지 않으면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호흡은 더욱더 거칠어졌다. 묵묵히 땅만 내려보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닿았다. 

살칸타이 산을 바라보며 고갯길 넘어 걷다

가이드 윌리는 살칸타이 산 앞 전망대에서 일행을 모았다. 거기서 잉카인의 신화와 전설을 설명했다. 그리고 성스러운 산 살칸타이 앞에서 각자의 소원을 비는 의식을 거행했다. 나름 진지하게 의식을 진행했지만 나는 졸렸다. 나중에 들었는데 민경과 상원도 졸다시피 했다. 쏟아지는 잠을 견디느라 걷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나름 엄숙했지만 지루한 의식이 끝나고 내려가야 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윌리에게 자신했다. 오를 때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내리막에서 큰 콘돌처럼 날아갈 거라고. 

살칸타이 트레킹 멤버는 나흘째날 5명으로 줄었다.

내리막에서 거칠 것 없이 내려갔다. 선두에 서서 달리 듯 내려갔다. 숨도 막히지 않았다. 4600m에서 단숨에 2800m까지 내려왔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내 하강 속도는 더 빨라졌다. 윌리를 비롯해 일행 모두가 놀랐다. 고도가 낮아지면 내 신체능력이 놀랄 만큼 빠르게 회복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고도 3000m 아래로 내려가서는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었다. 늘 선두에 섰던 루카스와 엘리자베스 커플까지 젖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도 기분이 산뜻했다. 

가이드 윌리는 살칸타이 전망대 앞에서 잉카 전통의식을 거행했다. 

베이스캠프는 2800m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온수로 샤워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가솔린을 태워야 하는 터라 비용이 든다. 한국인 동행자 상원과 민경은 하루라도 샤워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한다. 나는 일주일간 샤워하지 않아도 불편한 줄 모른다. 샤워하기 줄 서는 동안 나는 찬물로 얼굴과 목, 발을 씻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도 일찍 자서 오늘 몸 상태가 최고였다. 

잉카의 신성한 산 살칸타이

살칸타이 트레킹 셋째 날. 아침부터 토끼 치코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눈에 생기가 사라졌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치코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밋은 치코를 들고 조심스레 걸었다. 갑자기 대열에서 아밋과 스티븐이 사라졌다. 힘든 코스가 아닌 데다 아밋과 스티븐의 체력은 좋아 뒤쳐질 사람이 아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치코를 묻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15분가량 지나자 아밋과 스티븐이 나타났다. 손에는 치코가 없었다. 치코가 죽었다. 그리고 트레킹 멤버는 5명으로 줄었다. 루카스와 엘리자베스 커플, 아밋 샤햐프, 브라질 커플 아드리아노와 엘리스 커플은 3박 4일 일정으로 트레킹에 참여한 터라 셋째 날 일정을 건너뛰고 바로 나흘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먼저 떠났다. 이제 한국인 3명과 이스라엘 청년 2명만 남았다. 

페루의 고봉은 사람 가까이 바짝 다가와 덤빈다.

이날 일정은 여유가 있었다. 해발 2800m에서 2000m까지 내리막길을 걷다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점심식사하고 쉬다가 인근 온천에 갔다. 따뜻한 노천탕은 수영복을 입은 관광객과 페루인이 삼삼오오 모여 온천욕을 즐겼다. 수영장만큼 넓은 터라 나는 오랜만에 수영을 맘껏 즐겼다. 하루 1시간 꾸준히 수영하던 루틴을 중남미 여행을 떠나면서 중단했다. 오래간만에 수영할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문제는 흡혈 파리였다. 

끝까지 함께 한 한국인 삼총사 

온천에서 나오자마자 흡혈 파리들이 몰려들어 등과 다리에 집중 난사를 당했다. 윗도리를 입고 다리에 모기 퇴치제를 발랐으나 이미 늦었다. 숙소에 들어가자 여기저기 빨갛게 부어오르며 간지럽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모기가 물리자마자 간지럽다면 여기 흡혈 파리는 물리고 나서는 괜찮다가 반나절 지나면서 간지럽기 시작해 하루 지나면 물린 곳이 부풀어 오르면서 참지 못할 만큼 간지럽다. 심지어 잠을 설치기도 한다. 마추픽추를 트레킹으로 가려는 여행객이라면 긴팔과 긴바지가 필수다. 심지어 바지와 신발 사이로 들어가 양말 윗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기도 한다. 


살칸타이 전망대까지 함께 한 멤버들

아밋과 스티븐, 그리고 가이드 윌리와 마지막 만찬을 했다. 윌리는 와이나픽추에 함께 오르지 않는다. 아밋과 스티븐은 서킷 1 또는 2를 돈다. 한국인 3명과 마주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 3명만 서킷 4와 와이나픽추에 오른다. 이때까지 이게 다음날 엉뚱한 상황을 연출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번 마추픽추에 오를 때 와이나픽추 입구에서 입맛만 다시고 돌아서야 했다. 드디어 와이나픽추에 올라 마추픽추 전경을 반대편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한국인 일행 3인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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