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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05. 2023

와이나픽추에 올라 마추픽추 다시 마주하다

5월 2~3일 성공리에 4박 5일 살칸타이 트레킹 완료

살칸타이 트레킹 넷째 날.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베이스캠프 뒷산을 넘었다. 산 정상까지 굽이굽이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앞서 걷던 러시아 트레킹팀을 앞질렀다. 오르막이라 해도 해발 2000m에 불과하다 보니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앞서 걷던 모든 트레킹 팀들을 추월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잉카인이 돌로 세운 마추픽추 전망대가 있었다. 마추픽추에서 6월 21일 뜬 해가 이곳 전망대 수로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곳에 제단을 세운 것이다. 그곳에서 서면 멀리 마추픽추 아래 조성된 계단식 밭이 보인다. 그곳에서 쉬다가 이드로일렉트리카까지 곧바로 내려갔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라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으나 모이기로 한 다리까지 한숨에 달려 내려갔다. 

수력발전이 가능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한 곳에 세워진 마을이라 이드로일렉트리카(수력발전)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곳부터 아구아칼리엔테스까지 기찻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두 번째 걷기를 시작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고 싶었다. 이 걷기가 쿠스코에서 마지막 일정이리라. 중남미 여행의 3분의 2 지점을 정리하고 혼자서 정리하고 싶었다. 3시간 걸리는 거리를 2시간에 걸으면서 혼자 지금까지 여행을 정리하고 다음 일정을 구상했다. 

일단 페루에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려면 수도 리마로 나가야 한다. 리마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 편을 예약하기로 했다. 그러다 리마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에 이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에서 10분 거리에 와카치나라는 오아시스 마을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와카치나에서는 모래사막이 있고 그곳에서 샌드보딩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베리아 반도 여행에서 모로코를 건너 사하라사막의 모래언덕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번에 모래사막에서 일몰을 보고 보드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올 수 있다니 바로 와카치나행을 결정했다. 

살칸타이 투어 마지막날. 서킷 4를 돈 뒤 와이나픽추에 올랐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랐으나 구름에 가려 마추픽추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구름이 걷히길 한참 기다렸다. 1시간 남짓 기다리자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마추픽추가 제 모습을 보였다. 와이나픽추에서 마추픽추를 보는 건 남다른 경험이다. 다만 마추픽추의 가장 아름다운 전경은 아니다. 와이나픽추 반대편 전망대에서 보는 마추픽추가 훨씬 아름답다. 그러다 보니 와이나픽추 입장 티켓을 산 이들은 전면 전망대에서 마추픽추를 볼 수 있는 서킷 1 또는 2 티켓을 구매한다. 표를 2개 사는 것이다. 대신 와이나픽추 표를 산 사람에게는 전망대를 볼 수 있는 티켓은 반값에 판매한다. 우리 일행은 그 사실을 몰랐다. 나야 며칠 전 전망대에서 와이나픽추를 배경으로 멋지게 펼쳐진 마추픽추를 볼 수 있었지만 상현과 민경은 와이나픽추에서 보는 전경을 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상현이 표를 또 끊고 전망대 쪽으로 입장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출구 쪽 직원에게 표를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후 2시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쿠스코행 기차 시간이 오후 2시 25분이라 오후 2시에 전망대 쪽 표를 사서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입구 쪽 직원에게 사정했다. 오후 2시 25분 기차라 오후 2시 티켓을 살 수 없다. 우리 일행 2명만이라도 10분만 전망대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 하도 사정하니깐 그 직원은 여권을 제출하라고 하면서 30분 줄 테니 빨리 다녀오라고 했다. 나는 이미 봤으니 상현과 민경만 들여보냈다. 둘은 달렸다. 나는 밖에서 콜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20분 지나자 둘이 나왔다. 내게 너무 감사하다며 쿠스코 가서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하마터면 마추픽추 전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갈 판이었는데 그걸 가능하게 해 주었으니 저녁을 얻어먹을만했다. ㅎㅎ

쿠스코로 가는 기차와 밴에서 졸다 보니 쿠스코에 도착했다. 한인식당 K Food 레스토랑에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4박 5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하루 쉬며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와카치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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