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현 May 10. 2023

모래사막에 내리는 석양, 그리고 샌드 보드

5월9일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에 오다

모래사막 속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에 들어왔다. 리마에서 오전 10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달려 오후 2시 30분 이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한국인 여행객 2명을 만났다. 네이버 프로그램 기획 담당자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사동기 둘이 휴가를 모아 모아서 28일간 남미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남미 첫 여행지가 와카치나였다. 함께 택시를 타고 와카치나 숙소에 도착했다. 나는 건너편 호스텔에서 방을 구했다. 6인 도미토리룸이었다. 프랑스인과 네덜란드인이 옆 2층 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창가 1층 침대를 배정받았다. 산뜻하고 깔끔하다. 창문 너머로 사막 풍의 천막이 자리한 중정이 내려다보였다. 마음에 드는 곳이다. 

택시 운전사 루디 소개로 버기투어를 예약했다. 오후 4시쯤 오아시스 옆에 자리한 숙소를 출발해 모래사막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쌓아 올린 모래가 언덕과 산을 이루었다. 그곳을 버기는 질주했다. 10여 명을 태운 버기는 사막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단숨에 언덕을 오르더니 반대편 골짜기로 내려 꽂혔다.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를 사막에서 타는 것이다. 탑승자들이 희열에 찬 비명을 한참 지르도록 여기저기 곡예 운전을 하다 언덕 위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여행객들은 샌드보드를 타고 낭떠러지에 가까운 언덕을 내려갔다. 가이드가 알려준 대로 보드 위에 상체를 모아 올려놓은 뒤 다리를 조금 벌린 채로 보드에 몸을 맡겨 떨어지면 순간 짜릿했다. 몸에 모래가 닿는 느낌이 좋다. 세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샌드보드를 타다가 모래사막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았다. 사막에서 해는 빠르게 떨어졌다. 뭔가 붉게 타오르나 싶더니 이내 사그라졌다. 

한참 석양을 보고 있으니 베네수엘라 미녀 안드레아가 자기 보드를 타고 내려올 테니 동영상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드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가 틀림없었다. 내려오는 폼이 엉성하고 엉덩방아도 자주 찧었다. 못 타면 어떠냐. 안드레아는 한눈에 봐도 눈에 띌 정도로 예쁘다. 그런 친구가 촬영해 달라고 하는데 그까짓 것 못해주겠나. 안드레아는 자기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건네며 자기 동영상을 꼭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뭘 못 보내주겠냐. ㅍㅎㅎㅎ  

전날에는 설산 앞 빙하호수에서 찬 비를 맞으며 놀다가 다음날 모래사막에 떨어지는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 남미다. 하루 만에 겨울과 여름을 체험한 것이다. 와카치나가 페루의 마지막 행선지다. 파타고니아 다음으로 가장 오래 머문 곳이 페루다. 다양한 색채의 다양한 모양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라다. 하루 더 와카치나에 머문 뒤 내일 리마를 거쳐 멕시코 칸쿤으로 넘어간다. 이제부터 중미 여행이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보름 남짓 보내다 미국 횡단의 출발지 LA로 넘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페루 리마 새벽 6시, 에스프레소 보다 짙은 고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