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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현 May 14. 2023

해초 썩은 내 진동하는 카리브해의 휴양지 플라야델카르멘

5월 12일 칸쿤서 1시간 거리 떨어진 해양 스포츠 천국이 썩고 있다

칸쿤에서 ADO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리는 플라야델카르멘에 도착했다. 칸쿤이 신혼여행지라면 플라야델카르멘은 카리브해 해변에 바짝 붙어있는 해양 스포츠 천국이다. 관광객에 맞춰 잘 조성된 휴양지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하지만 걸어서 5분이면 닿는 해변이 썩어가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떠올라 썩어가는 해초의 잔해들이 해안가로 밀려들면서 해변을 시꺼멓게 오염되었다. 원래는 해안까지 몰려오지 않은데 얼마 전부터 격년 주기로 해안에 몰려들고 있다. 기후변화 여파가 카리브해까지 닿은 것이다.

썩어가는 해초 냄새가 마을 전체를 감싸지만 센트로 지역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시끌벅적하고 거리는 오가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아 내일 아침 일찍 렌터카를 빌려 도시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미국 횡단팀 일원을 일찍 만나 멕시코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내일부터 차를 빌려 유카탄 반도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주요 관광지와 마야 유적지를 들른다. 준수와 성재가 워낙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함께 가면서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게다. 

준수는 참 많이 안다. 지식에 대한 탐심이 아주 강하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역사와 유적지 위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다. 성재는 아직 모르겠다. 한국에서 2번 만나고 말았으니 섣불리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오늘 성재 숙소에 가서 타코를 안주 삼아 맥주를 함께 마셨는데 여유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만만치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부드러움과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친구들과 멕시코와 미국을 여행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내일 멕시코 일주가 시작된다. 나야 운전만 하면 된다. 국제 운전면허증이 나만 가지고 있다. 유카탄 반도를 손수 운전해 돌아다닐 수 있다니 꿈만 같다. 유적지도 들르고 세노테에서 수영도 하고. 멕시코에서만큼은 생고생하는 걸 피하려 한다. 지난 2개월간 고생으로 충분하다. 멕시코에서는 여행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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